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ㅣ한국 교회에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정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만 취사선택적 문자중심주의가 있을 뿐이며, 이를 통한 차별과 억압의 재생산이 존재할 뿐이다.

지난달 21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는 여성 목사 안수는 여전히 “불가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차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를 위해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한 이동환 목사는 지난 15일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한국 교회는 예수의 정신은 등진 채 끊임없이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오명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감리교인지 장로교인지 또는 예장인지 기장인지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저 한국 교회의 모습으로 인지될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종교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개신교는 2013년 이후 꼴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조사마다 지속적으로 신뢰도가 하락했다.

올해에는 국민 10명 중 7명이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 이후 63.3%가 자신의 개신교에 대한 인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한국기독교언론포럼).

한국 교회의 신뢰도를 하락시킨 주요 요인으로는 ‘전광훈’, ‘목회자 성범죄’, ‘명성교회 세습’, ‘동성애’ 등이 지목됐다.

한국 교회는 신뢰를 잃었고 회복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세습이나 교회 내 성폭력, 전도사 착취와 노동권 불보장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감도 없으며 대안도 없다. 사회적 지지를 잃은 권력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한국 교회는 도태되고 있으며,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정신을 등진 지금과 같은 폭력적인 모습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썩은 단면이 된 교회를 벗어나기보다는 ‘안에서 싸워서 변화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힘든 선택이고 귀한 노력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그러한 노력들은 교회의 근본적 문제를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되는 교회의 구조와 악습을 유지시키는 바탕이 되고 있다.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시대 로마 가톨릭교회를 고쳐서 쓸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한국 교회는 고쳐서 쓸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주일성수, 주일헌금, 십일조 등의 이름을 한 면죄부뿐만 아니라 더 한 것도 팔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 혐오 장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곳도 한국 교회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다시 시작해야한다. 변화를 위한 동력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의 구성원이며, 기존 체계와 문화 전복을 통한 변혁을 위해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와 늘 함께 했던 예수의 정신으로, 차별과 억압 그리고 폭력과 혐오에 저항하며 기존 체계를 완전히 뒤엎을 새로운 교회가 다시 시작돼야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정신을 따라 살고자한다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차별과 억압을 재생산하는 교회를 뒷받침하는 축이 되기를 거부해야한다.

평등을 말하는 교회나 목사를 “빨갱이”나 “좌파”라며 낙인찍고 공격하던 한국 교회는 차별의 영역을 넓히며 이웃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신학대 입학 면접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인정하거나 지지한다고 하면 입학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하는 목사에게 정직으로 중징계를 내린다.

이동환 목사에게 2년 정직 판결을 내린 재판위원회에 ‘현명한 재고를 바란다’ 따위의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 작은 세계관에 의한 판단을 거부한다. 그들의 폭력적인 판결을 많은 사람이 거부해야한다. 자정능력을 잃은 한국 교회는 오명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으며 도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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