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㉞ 생태텃밭 협동조합

생태감수성과 생명존중 배우는 ‘생태텃밭교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로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올 여름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금값’이 됐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인한 현상들로 우리 농업과 농산물의 소중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에서 이런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행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남동구에 있는 ‘생태텃밭 협동조합(이사장 김진덕, 이하 조합)이다.

조합은 생태복지도시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도시농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시 안에 녹색공간을 조성하면서 어린이집과 학교, 마을 등에서 남녀노소에게 도시농업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조합은 올해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진덕 이사장과 상근 직원 2명이 일하고 있고, 전체 조합원 53명 중 44명은 도시농업 강사이다.

김진덕 생태텃밭 협동조합 이사장.
김진덕 생태텃밭 협동조합 이사장.

김 이사장은 2007년에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만들었고, 2016년엔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를 맡을 정도로 도시농업에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텃밭사업단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도시농업과 관련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적었는데, 어느 순간 국내에서 활성화됐다”며 “도시농업 강사들처럼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직을 함께 운영하자는 취지로 조합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농업은 자연환경 파괴, 자원 낭비, 녹지 부족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만들 수 있어 중요하다”며 “도시 안에 녹색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과 주민공동체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듯 공익적 요소가 많은 도시농업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생태감수성과 생명존중 배우는 ‘생태텃밭교실’

조합은 어린이집, 유아학교, 초ㆍ중학교 등에서 생태텃밭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생태적 가치 회복을 목적으로 두고, 수확물에 중심 가치를 두는 게 아니라 경작 과정에서 사람들의 치유, 회복, 생태감수성을 추구한다.

교육은 파종(씨뿌리기)에서 작물 돌보기, 수확 절차로 3월부터 12월까지 연중 진행한다. 햇빛이 비추는 작은 공간만 있으면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전까지는 연평균 기관 60곳에서 어린이 3000~4000명을 교육했다. 올해는 기관 10~15곳에서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텃밭교육은 흙과 작물, 사람이 어우러지는 생태순환 농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도시에서 농업을 하는 이들을 ‘도시농부’라고 부른다.

생태텃밭 협동조합은 생태텃밭교실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ㆍ생태텃밭 협동조합)
생태텃밭 협동조합은 생태텃밭교실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ㆍ생태텃밭 협동조합)

생태텃밭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기르면서 재미있고 직접 수확해 먹을 수 있는 쌈 채소, 토마토, 고추, 콩, 허브부터 근대, 아욱, 시금치 등 다양한 작물을 기를 수 있다. 심지어 페트병에 벼를 심기도 한다. 생산과 유통 등 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배우면서 환경 친화적인 먹거리, 건강한 밥상 등을 배울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직접 농사를 짓다보면 절기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풍부한 생태감수성을 갖게 된다. 아울러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교육받으며 생명과 작물의 소중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또, 조합은 텃밭교육을 하는 데 필요한 ‘한 평 텃밭’ 조성 사업도 하고 있다. 주로 옥상이나 인공지반 위에 설치해 녹색지대를 늘려간다. 올해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서구 아시아드경기장 주변에도 ‘한 평 텃밭’들을 설치했다.

이렇게 설치한 텃밭에서 주민들이 함께 농사짓고 어울리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어린이들도 농사를 지으면서 서로 협동하고 협력한다. 학교 교실에서는 등수가 매겨지고 서로 경쟁해야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순간은 다 같이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은 처음에 흙을 못 만지고, 부모들도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흙냄새와 거름냄새를 맡으며 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 목적이자,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법”이라며 “자연과 멀리하고 사는 요즘,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가까워지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때를 기다릴 줄 알고, 땀 흘리는 노력을 경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접 농사를 지으면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등, 기후위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어른 또한 버려진 자원에 관심가지며 기후와 환경문제까지 신경 쓰게 된다”며 “농사짓는 과정에서 스스로 도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교육이 생태감수성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한 평 텃밭'에서 자란 농작물들.(사진제공ㆍ생태텃밭 협동조합)
'한 평 텃밭'에서 자란 농작물들.(사진제공ㆍ생태텃밭 협동조합)

농업의 다원적 가치로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

도시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미세먼지 등 환경 악화, 자원 낭비, 녹지 부족 등 도시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게 도시농업이며, 도시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농업이 식량 생산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농업은 이산화탄소 흡수 등으로 대기질을 정화하고, 녹색 공간을 늘려 환경을 개선한다. 아울러 식량 안보, 전통문화 보존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농업은 특히 환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건물 옥상에서 30평 텃밭에 농사를 지으면 냉ㆍ난방비가 16.6% 절감되고, 성인 2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하고, 오염물질 2kg를 줄이며, 빗물 200리터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효과로 도시에 녹색 공간이 많아지면 도시 환경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2006년 기준으로 쌀을 1년 생산하는 데 9조 원으로 산정되지만, 논이 갖고 있는 홍수 예방, 대기질 정화, 빗물 저장 등 다원적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54조 원에 달한다”며 “한국은 농산물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정책으로 가는데, 이렇게 되면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국민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걱정이다”라며 “어릴 때부터 생태텃밭교실 등으로 도시농업에 익숙해지면 농업 인식도 점차 달라질 것이다. 시민들이 도시농업으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이해하면 공적 가치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에서 텃밭 설치를 주로 담당한다는 김 이사장은 빈 옥상에 텃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 안에서 노인과 아이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도시 안에 텃밭 공간이 늘어날 때 기분이 좋다”며 “텃밭 강사들은 대부분 경력 보유 여성인데 이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볼 때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생태텃밭 교육이 줄어 조합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도시농업과 환경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한다.

텃밭 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집 안에서 많이 하는 시기인데, 바깥에서 주말농장을 하는 것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 도시농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내년에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텃밭 디자인을 다양하게 하는 등, 디자인과 프로그램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교육도 어린이집뿐 아니라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밭이 있고, 그 안에 작업장도 있고, 모종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모습으로 조합이 나가야한다”며 “그 규모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우리 조합이 도시농업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 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활동 사례를 국내 곳곳에 전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조합에 좀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도시농부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청년들을 유입해 함께 농사짓고 교육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우리 조합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