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나로 인천지부 추진 모임 활동가 3명 인터뷰
“청소년도 시민이다 ··· ‘인천 학생인권조례 제정’ 목표"
“청소년, 인권침해 당하는지도 모르는 게 가장 문제”

인천투데이=조연주 기자 | 청소년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단체 ‘아수나로’가 인천에서 다시 한번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수나로 인천지부 추진모임이 지난 7월 꾸려졌다. 아수나로 인천지부는 사실상 2016년을 마지막으로 해체된 뒤, 인천의 아수나로 활동가들은 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추진 모임은 활동가 ‘인해’의 제안을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인천지부를 만들고자 하는걸까. 추진모임 구성원 5명 중 인해, 해온, 고유진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수나로 인천지부 출범을 추진중인 활동가 3명과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왼쪽부터)인해,고유진,해온 활동가.
아수나로 인천지부 출범을 추진중인 활동가 3명과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왼쪽부터)인해,고유진,해온 활동가.

인천에서 ‘청소년 당사자 목소리’ 낼 필요 느껴

다시 인천지부를 만들자고 생각한 이유는 인천 내 시민사회 단체들과 ‘청소년 당사자 단체’를 만들어 연대하기 위함이다. 현재 인천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단체는 없다시피하다. 인천 내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가 분포하고 있지만, 청소년 단체의 움직임은 없었다.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필요성을 느꼈다.

아수나로 인천지부는 꾸준히 활동하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때문에 인천에 살고 있는 아수나로 회원들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인천지부를 만들자는 인해 활동가의 제안이 있은 뒤, 지난 7월 추진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만나 앞으로 의제화 할 이슈와 인천지역의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규약에 따라 교육이수 등 과정을 거치고 3~4개월 이후 공식 지부로 출범할 예정이다.

제 1목표는 ‘인천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생들의 숨겨진 권리’ 드러내는 작업도

인천과 서울·경기는 붙어있다 보니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조례나 정책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점이 많이 느껴진다. 서울과 경기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 인천에는 아직 없다. 

때문에 아수나로 인천지부의 제1목표는 '인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다. 이를 위한 학생인권침해 실태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의 청소년들이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나아가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준비중이다. 학생인권법 제정은 아수나로 뿐 아니라 국내 청소년단체라면 오랜 세월 제정을 시도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운동의 핵심적인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는 ‘숨겨진 권리’를 발굴하고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예컨대 많은 학생들이 교사에게 요청해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열람하고, 내용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청소년과의 활동도 고민중이다. 

아수나로는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단체다. 사진은 지난 9월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제공 아수나로)
아수나로는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단체다. 사진은 지난 9월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제공 아수나로)

‘보이는 체벌’ 줄어든 대신···
인권침해 당하는지도 모르는 게 가장 문제

혹자는 청소년 인권운동을 두고 ‘예전에 비해 학생인권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이는 체벌’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폭력의 형태들이 사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으로 많이 숨어져 들어갔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인권침해가 많아졌다.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학생들을 모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장난으로 욕설을 한다던지, ‘부모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공부를 못해서 되겠나’라고 ‘농담’을 던지는 등 분명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학생들은 불쾌하면서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이 같은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특별히 특정 교사가 나빠서라기보다, 이러한 폭력들이 용인되는 문화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교내 만연한 폭력의 문화를 반성하고, 바꿔내는 일이 필요하다.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있지만,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느끼는 감각 자체가 부재한 경우가 사실 더 많다. 이건 더 큰 문제다. 자신이 보호받아야 할 범위와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는 아직도 ‘불시점검’이라는 게 있다. 선생님이 사물함이 가방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열어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배려랍시고 여선생은 여학생을, 남선생은 남학생을 검사하게 시키는데,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이런 '배려 아닌 배려'에 익숙해지지 말고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라는 지적이 가능해져야 한다.  

또, 한켠에서는 여전히 노골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선생이 학생의 무릎을 꿇린다던가, 머리채를 잡는다던가 하는 폭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교내 (성)폭력으로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조용히 전학을 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청소년은 미래 아닌 현재다”
선생과 학생, 갑-을 관계 벗어나야

어느 인권 운동에나 비슷한 비판은 있겠지만,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청소년 인권’ 개념 자체를 껄끄럽게 보는 시선도 있다. 조금 불편해도 조용히 살다가 나이가들어 성인이 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인데, 왜 굳이 피곤하게 수면 위로 꺼내냐는 것이다.

‘청소년 인권’, ‘학생인권’이라고 말하면 무언가 큰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면면을 뜯어보면 당연한 말들이다. 학생을 무시하지 마라 욕하지마라, 손톱도 머리도 하고싶은대로 하게 둬라 같은 것들이다. 한마디로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다는 의미다. 학생은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고, 시민이다.

현재 사제관계는 갑-을 관계로 설정돼있다. 심지어 학부모도 자녀가 불이익을 받으면 안되니까 선생 앞에서 쩔쩔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제관계를 '교육 서비스를 주고 받는 비즈니스 관계'라는 프레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선생과 학생이기 전에 하나의 인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

흔히들 청소년이나 학생을 미래에 빗대곤 한다. 그러나 청소년은 분명한 ‘현재’다. 학생들이 받고있는 인권침해와 폭력은 현존하기 때문이다. 아수나로 인천지부가 만들어지면 인천에서 이 같은 의제화와 활동들을 줄기차게 해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