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호 인천시 인천e음 운영팀장
인천경제 활성화에 날개를 달다

안광호 인천시 인천e음 운영팀장.
안광호 인천시 인천e음 운영팀장.

인천투데이 = 전통적 지역화폐는 재화나 용역을 교환수단으로 하는 법정 화폐와는 달리, 우리의 두레와 같은 형태로 소규모 공동체 안에서 노동력의 교환수단으로 시작된 대안 화폐이다. 이러한 지역화폐는 법정 화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적 수단으로 사용됐다.

가치의 표현 수단은 주로 지류(종이) 형태로 발행됐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화폐는 소규모 공동체의 활성화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발전됐다. 발행 형태도 지류에서 카드와 모바일로 진화했다.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는 ‘현금 없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현대 생활인들이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기보다는 카드 몇 장을 넣고 다니거나 휴대폰만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그 예이다.

카드 형태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마그네틱에 정보를 기록한 카드였으나 복제가 쉽고 보안성이 낮아 IC칩(chip)에 정보를 담은 카드로 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7월 이후로 IC카드 사용이 법으로 의무화됐다. IC카드도 신용카드에서 직불(체크)카드로, 직불카드에서 선불카드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경향은 신용카드가 신용을 담보로 다양한 형태(리볼빙ㆍ카드론 등)로 여신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직불카드와 선불카드는 신용 기능 없이 은행계좌에 있는 현금을 사용하는 현금성 카드이다.

또한 직불카드는 계좌에 있는 돈을 사용함으로써 신용카드보다는 덜하지만 쉽게 사용이 가능해 일정 부분 과소비를 부추긴다. 그에 반해 선불카드는 계좌에 있는 돈을 사용할 만큼만 충전해 사용함으로써 계획소비, 알뜰소비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선진국에서는 카드 사용 행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카드가 모바일(mobile) 속으로 들어간 간편 결제가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는 ICT나 핀테크(Fintech) 등의 기술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한편,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소규모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는 급속한 속도로 대도시로 인구이동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골에 아기의 울음이 사라져가고 고령의 노인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공감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행정복합중심도시ㆍ기업도시ㆍ 혁신도시를 비수도권 지역에 건설하고 정부와 그 산하기관의 물리적 분산배치로 해결하려했다. 사람은 경제적 동물이고, 그에 따라 생활환경과 행동양태도 변화한다. 따라서 이제는 물리적 균형발전에 이어 경제적 균형발전 전략으로 실질적인 국가 균형발전을 고민해야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광역지자체 17개 중 16개의 자본이 수도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까. 서비스산업과 유통산업이 서울에 집중돼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중 폐해가 가장 큰 것이 유통산업 부문이다.

서울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백화점ㆍ대형마트는 대부분 본사 직영 형태로 가고 있다. 이는 부산에 있는 대규모 점포에서 부산의 지역민이 상품을 구매해도 매출은 서울에 있는 본사의 매출로 잡히고, 그 매출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도 서울에 내게 된다. 더욱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에 병과되는 지방소비세ㆍ지방소득세도 서울로 가게 된다.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부산시민이 부산에서 물건을 샀으면 국세와 지방세를 부산지역 세무서와 부산시에 내고, 그 세금을 부산시민을 위해 재투자해 부산이 발전하게 되는 게 아니겠는가.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유통기업의 이윤 극대화 전략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인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2010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 ISO26000을 제정ㆍ공포했다. 이는 비영리 기업을 포함한 기업 등이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목적사업을 수행한다면, 그 지역의 유ㆍ무형 자원을 사용하는 것임으로 그 지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CSR)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한다면 앞서 제기한 대규모 점포의 문제점을 간단히 해결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본사 직영의 대규모 점포를 현지 법인화하고, 대규모 점포 안에 있는 사업자들도 현지 사업자로 등록한 임차 매장 형태로 운영하게 하면 해결될 일이다.

지방정부의 모든 정책에는 예산이 수반되고, 예산 투입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한다. 그러나 지역경제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나 기본법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이나 통화 등의 경제정책은 국가 사무에 해당하고, 지역경제의 육성과 지원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해당된다. 그러나 지역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법률도, 정책수단도 마땅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 또한 지역경제 육성이 지방정부의 자치 사무라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제123조에서 ‘국가는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목적 실현을 위해 ‘국가 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수단에 해당되는 지역경제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서도 기본법이나 특별법 형태의 법률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이로써 ‘물리적 균형발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제적 균형발전’을 꾀할 때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안에서 통화량(M)을 증가시키고, 유통속도(V)를 빠르게 해 지역내총생산(GRDP)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경제 육성을 위한 별다른 정책적 수단도 별로 없는 지방정부에서는 지역화폐야말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례로 인천에서는 지난해부터 ‘인천e음’이라는 지역화폐 정책으로 커다란 효과를 보고 있음을 여러 연구결과와 통계 등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인천e음은 모바일 폰(mobile phone)과 IC칩 선불카드가 결합한 형태의 지역화폐이다. 또한, 핀테크와 빅데이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지난해 인천e음 매출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국내 발행량 2조3000억 원의 65%를 차지했다. 인천e음 사용자도 128만 명으로 인천 경제활동인구 168만 명의 78%를 차지한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지역경제보고서(2020.6. 이혜민)’에 의하면, 역내 소비 증가율이 초기 단계인 2019년 1월에서 4월까지는 0.1% 늘었고, 5월에서 12월까지는 3.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 사람이 인천지역 이외 지역에서 사용한 역외소비율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인천연구원에서 2019년 5월부터 8월까지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골목상권의 대표 업종인 슈퍼마켓과 편의점으로 대체된 소비가 240억 원이고, 인천시민이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소비한 역외 소비 감소액은 359억 원이며, 서울과 경기도 시민이 인천에서 소비한 역내 소비 유입액은 634억 원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 재정 지출 대비 파급 효과는 2.9배로 나타났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의 ‘인천e음 성과 분석’에서도 소상공인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21.05% 증대됐고, 한계소비성향(MPC)이 90에서 96.14로 증가했다.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종에서 5만8000명의 고용증대 효과가 나타났고, 2019년 상반기 부가가치세 세수도 2018년 상반기보다 744억 원 증가했다.

아울러 통계청이 격년제로 조사해 발표하는 ‘사회조사’에서는 인천의 소비 만족도가 2017년까지는 17개 시ㆍ도 중 꼴찌였으나, 지난해에는 5위로 껑충 뛰었고, 소득 만족도 또한 최하위에서 9위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다양한 기관에서 인천e음이 지역경제에 미친 긍정적 결과가 실증적으로 분석돼 발표됐음에도,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이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브리프 형식으로 발표하면서 연구기간ㆍ분석자료ㆍ분석방법 면에서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내용으로 지역화폐 무용론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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