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복지연대, ‘이정욱 선생님의 삶과 추억’ 구술집 펴내

인천투데이=이승희 기자 |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옛 속담이 있다. 집안 어른이 솔선수범하고 옳은 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볼 때 아이들도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직장 생활과 시민단체 활동을 모범적으로 하시고 성당 사람들과 잘 섞여 살아가시는 모습을 존경했고 따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장님은 한없이 너그럽고 편한 형님 같았고, 때로는 아버지 같았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 당시 바네트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시민운동과 신협 정신은 같은 것이라고 곧잘 말씀하셨는데, 이는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사람 중심으로 살아오신 삶의 자세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선생님은 늘 겸손하셨다. 어떤 자리에서든 상석에 앉는 것을 애써 거절하셨고, 회원들과 함께 낮은 자리에 임하셨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현 인천평화복지연대) 젊은 활동가들에게는 벗이자 스승이셨고 든든한 버팀목이셨다. 인천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된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운동, 전국 최초로 승리한 지방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공개 운동 등 시민운동에 늘 함께하셨다.”

인천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 고문인 이정욱(86) 선생에 관한,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의 ‘삶의 궤적’은 우리 현대사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고, 한국전쟁 때 월남하면서 이산가족이 됐다. 1966년,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에 입사해 30여년을 다니다 ‘공장(기능직 최고 직급)’으로 퇴직했다. 재직 시 대우자동차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고, 퇴직 후에는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부평지부장과 공동대표, 부평대건신협 이사장, 인천겨레하나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해부터 이정욱 선생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그 기록을 엮은 책을 지난 8월 15일 발간했다. 책 제목은 ‘이정욱 선생님의 삶과 추억-연결된 삶, 깊은 연대로 통일을 꿈꾸다’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선생님은 노령임에도 시민단체 활동과 통일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셨다. 투쟁현장에서도 늘 함께하신 모습을 우리 회원들이 본받고자 선생님의 일생을 기록해 오래 남기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소식지인 ‘평화와 참여’ 1999년 3월 호 일부분도 실렸는데, 당시 이 선생은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남겼다.

“나는 먹고사느라 뒤늦게 사회에 눈을 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사회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기회만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에 관심을 두고 살아갔으면 한다. 나보다 못한 이들과 늘 사랑으로 함께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나는 주로 책에서 의식을 얻었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눈도 잘 안 보이니 한 달에 책 한 권 보기가 어렵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 선생은 “몸이 아프기 전에 신현수(전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상임대표) 선생으로부터 나의 일대기를 남겨보자는 요청을 두 번 받았으나 그 때는 건강할 때라 거절했다”며 “요즈음 몸이 아프고 나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강주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상임대표가 다시 요청해서 마음을 고쳐먹고 부끄럽지만 내 일생을 구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평생소원은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뤄 북에 계시는 어머님과 누님, 동생을 만나보는 것”이라며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죽는 날까지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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