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산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

김종산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
김종산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ㅣ유럽 명문 축구단 맨체스터유나이드 소속이었던 박지성에게 붙은 대표적 수식어가 언성히어로(Unsung Hero : 이름 없는 영웅)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음지에서 팀에 헌신했기에 붙여진 찬사였다.

현 감염병 재난은 경제 재난으로 파급되는 복합 재난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재난 약자의 문제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존 재난은 재난지역과 재난이 없는 지역으로 선명하게 구분됐던 반면에 모두 잠재적인 재난 피해상태에 처함으로써,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곳곳의 사회적 약자들이 재난 약자로 전환되거나 재난과 연관성이 약했던 경제적 약자들이 재난 약자로 바뀌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재난 약자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노동자는 대표적인 언성히어로에 해당될 것이다.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나, 이를 시행할 수 없는 곳이 돌봄영역이다.

바이러스 감염 불안 속에서도 아동과 노인, 장애인은 돌봄이 필요하며, 이들을 돌보는 노동자가 존재한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대면 업무를 해야만 하는 필수 업종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담당하는 이용인은 대부분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이거나 중ㆍ경증 장애인이다. 따라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지급은 필수다. 또한, 정부의 독감백신 무료 예방 접종 필수 우선 대상에 지역아동센터 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포함해야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캐나다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근무를 계속하며 핵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간호사ㆍ요양보호사ㆍ사회복지사 같은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40억 캐나다달러(약 3조5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 노동자들은 건강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필수적인 돌봄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민생ㆍ경제 전반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소상공인ㆍ자영업자ㆍ특수고용직노동자ㆍ프리랜서 등에게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대책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돌봄 노동자는 제외됐다. 감염 위험 속에서도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는 돌봄 노동자에게 위험수당 명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한다.

이 재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성히어로마저 재난 약자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은 감염 확산 예방은 물론 사회적 혐오와 차별 등 분열적이고 파괴적 행위에 맞서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방역’의 기본 토대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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