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끔찍한 시간 속히 흘러가고 좋은 날 오길 손꼽아 기다려"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서해 남측 어업지도선 공무원에 대한 북측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동포에 대단히 미안하다”며 그동안 관행에 견줘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사과를 했다.

북한의 통지문 발표를 통한 사과는 이번 피격 사건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염두에 두고 비교적 신속하게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사과문 발표와 더불어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가 공개됐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에게 답장 격 친서를 보내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친서 전문이다.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남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은 지난 4.27판문점선언 때 10.4남북정상공동선언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10.4선언의 핵심으로 꼽힌다.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남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은 지난 4.27판문점선언 때 10.4남북정상공동선언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10.4선언의 핵심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귀하

대통령께서 보내신 친서를 잘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최근에도 귀측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비루스확산과 련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로고를 생각해보게 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습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무거운 책무에 쫓기어 혹여 귀체 건강 돌보심을 아예 잊으시지는 않을까 늘 그것이 걱정됩니다.

건강에 항상 특별한 주의를 돌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녀사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2020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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