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㉜ (주)체리코끼리

세상에 도움 되는 건강한 콘텐츠 제작
“경쟁력 키우려면 지자체가 많이 써줘야”
“영상업계 종사자 임금 제대로 책정돼야”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방대한 영상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소비자들은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기 쉽다. 이 속에서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담은 건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주)체리코끼리(대표 주영)다.

주영 (주)체리코끼리 대표.
주영 (주)체리코끼리 대표.

체리코끼리는 올해 3월 설립됐다. 신생 기업임에도 영상제작 실력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주영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영상제작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영 대표는 13년간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인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을 맡는 등, 영상 관련 일을 해왔다.

주영 대표는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불안정한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했다. 영화만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하지만 언제 작업을 하게될 지 모르니 정기적인 일을 하기 어려워 배달, 주차관리, 대리운전 같은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영상관련 일을 한다고해도 일하는 시간이 길거나 작업 후 비용을 못 받는 등 작업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많이 들었다.

이에 주영 대표는 독립영화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돕고 싶어 체리코끼리를 만들었다.

“기업을 만들면 직원들 급여를 책임져야하는데, 불안정할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영상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 임금을 제때 받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 체리코끼리를 설립했다.”

‘체리코끼리’라는 이름은 달콤한 체리와 상상의 동물인 코끼리를 합성한 것이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 코끼리가 받치고 있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코끼리와 관련한 다양한 상상이 있는데, 콘텐츠에 상상이 더해지는 게 중요해 포함했다. ‘체리’는 체리처럼 상큼한 콘텐츠로 시민들을 위안하기 위해 넣었다.

주영 대표는 직원 5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각자 작가ㆍ피디ㆍ영상편집ㆍ디자인ㆍ일러스트를 담당한다. 촬영은 외부 프리랜서에게 맡긴다. 인천시교육청과 양성평등진흥원 등 인천뿐 아니라 국내 곳곳에서 의뢰를 받아 제작한다.

주영 대표가 영상편집을 하고 있다.
주영 대표가 영상편집을 하고 있다.

인권 감수성 담은 건강한 영상콘텐츠 제작

주영 대표는 영상콘텐츠 제작에 앞서 마을공동체 사업, 작은도서관 운영, 인천여성영화제 집행 등 마을과 여성 관련 일을 했다. 그래서 영상을 제작할 때 여성 얘기를 직접 담지 않아도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자체 검열한다. 이런 검열을 토대로 만든 영상들은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주영 대표는 “영상콘텐츠는 너무 많은데 선별기준은 많지 않다”며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에서도 여자는 허리 잘록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히는 게 당연하게 표현한다. 이런 캐릭터만 달리해도 세상 편견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리코끼리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 색 등을 배치할 때도 심혈을 기울인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이 의뢰한 영상 주인공 이름을 ‘청인’으로 했다. 농인(청각장애인)이 농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할 때 ‘청인’이라고 하는데, 콘텐츠로 이를 알리고자 했다. 최저임금 필요성 등 민주시민교육 영상과 노동인권 관련 웹드라마 등을 만들기도 했다.

양성평등진흥원과 지방자치단체 여성정책과 등이 의뢰한 영상도 만든다. 가족 내 성차별, 언어 속 젠더 등 일상생활에 있는 성차별 요소를 알리는 내용이다. 주영 대표는 “사업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수익률이 적지만 일을 재미있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주영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 명함엔 ‘사회적기업’과 ‘여성기업’라는 명칭이 들어있다. ‘여성기업’은 여성이 대표인 기업 등에 혜택을 주기 위한 인증제도다. ‘여성기업’이 새겨진 명함을 남성 직원이 들고 다닐 때 업계에서 희한하게 봤다는 일화도 있다. 그 남성 직원은 이 일을 겪고 여성들이 겪는 벽을 실감했다고 한다.

주영 대표는 “콘텐츠 자체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세상”이라며 “앞으로 젠더 문제와 더불어 환경 등 다양한 공익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웹드라마나 광고 등 형식에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체리코끼리가 제작한 최저임금 교육 영상.(인천시교육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주)체리코끼리가 제작한 최저임금 교육 영상.(인천시교육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역기업 경쟁력 키우려면 지자체가 많이 써줘야”

주영 대표는 규모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미래전망을 고민했을 때 무조건 규모를 키워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생 기업이라 시장 진입과 큰 사업을 입찰 받기 어려운 문제가 따른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체리코끼리를 비롯한 지역 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공구매가 확장돼야한다고 했다. 서울시와 충청도 같은 경우는 지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을 입찰할 때 지역 제한을 둔다고 했다. 인천시는 어떤 사업을 할 때 지역 업체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주영 대표는 “지역 업체가 처음에 좀 부족할지라도 지역 산업생태계를 위해 이들이 살 수 있게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경쟁에서 이긴 기업들만 쓸게 아니라 신생 기업들이 도전해 볼 기회는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주)체리코끼리 직원들이 영상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체리코끼리)
(주)체리코끼리 직원들이 영상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체리코끼리)

“영상 종사자 '적당히' 일해도 먹고 살 수 있기를”

주영 대표는 예산과 제작 참여 인원이 영상의 질을 결정하는데, 영상사업 단가가 너무 낮다고 했다. 전체 사업 예산 중 영상 관련 예산을 가장 먼저 깎거나 없애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결국 적은 예산으로 제작하려면 적은 인원이 노동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주영 대표는 “이런 구조 속에선 누구나 악덕기업주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 문제를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인재들이 영상업계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직원들은 20~30대인데 자발성이 높고 협업도 잘한다. 이들을 계속 고용하고 싶다”며 “이들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고 적당히 일해도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주영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났을 때라고 했다. 호흡이 잘 맞는 게 다행이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천 도시재생을 위한 마을공동체 활동 기록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인천에서 마을 주민들을 밀착 취재해 아카이빙하고 싶다”며 “특히 내가 오래 거주한 서구에서는 신현원마을이 주민자치활동을 잘하는 곳으로 손꼽히는데, 그곳의 마을공동체 활동 모습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당이 있는 공간을 마련해 1층을 스튜디오로 쓰고, 프리랜서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언제든 와서 밥 먹고 쉴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그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만큼 성장하고 싶지만, 무리는 안 하고 싶다”고 바람이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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