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19)

고혈압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심각한 상태가 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고혈압은 동맥을 천천히 딱딱하게 만든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병이 ‘동맥경화증’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해 혈관 상태를 점점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한다.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두 가지인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에는 동맥경화증이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마비ㆍ치매ㆍ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

+ 만성 신부전

▲ 신장은 노폐물을 거르는 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높은 수압으로 체에 물을 뿌리면 체가 쉽게 망가지듯 혈압이 높으면 신장이 쉽게 손상을 받는다. 고혈압은 신장 손상의 주요 원인이다.
강낭콩 모양인 신장은 등 쪽에 한 쌍이 있다. 섭취한 음식물 중 흡수하지 못한 것들은 대변으로 나가지만 체내로 흡수한 것들 중에 쓰고 남은 것이나 노폐물은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나간다. 신장은 혈관 덩어리이다.

노화로 동맥경화증이 일어나듯 혈관 덩어리인 신장도 나이를 먹으면서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천천히 기능이 떨어진다. 나이를 먹어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신장 기능이 좋으면 체내 노폐물을 빨리 배설할 수 있어 건강히 오래 살 수 있으나, 신장 기능이 나빠져 신부전이 발생하는 순간부터는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신장 기능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신장 기능을 나쁘게 하는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다.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체내 염분 배출에 문제가 발생하고, 신장에서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 생산이 증가돼 혈압이 더 올라가게 되고, 그 결과 신장 기능은 더욱 악화된다.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들이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고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악순환으로 인해 결국은 신장 기능이 극도로 나빠지면 인공혈액투석 치료나 신장 이식을 해야 한다.

+ 뇌혈관질환

뇌혈관질환에는 뇌출혈, 뇌경색, 지주막하출혈(=뇌 표면의 동맥 손상에 의한 출혈)이 있다. 그중 고혈압과 특히 관계가 깊은 병이 뇌출혈이다. 뇌혈관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딱딱해지면, 딱딱해진 고무호스가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듯 혈관이 찢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뇌출혈이라는 것은 찢어진 혈관 틈으로 피가 흘러 뇌로 새어나가는 병이다.

▲ 뇌는 두부처럼 부드럽고 잘 부서지는 약한 장기이다. 고혈압 합병증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혈관 밖으로 피가 흘러나와 연약한 뇌를 손상시킨다. 한번 손상된 뇌는 회복되지 않으므로 팔다리 마비 등의 합병증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출혈량이 많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뇌출혈은 다르다. 뇌는 뇌를 보호하는 딱딱한 머리뼈에 싸여 있다. 뇌혈관이 찢어져 나온 피는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고 머리뼈 안에 고여 뇌를 망가뜨리게 된다.

뇌출혈 시 하는 뇌수술은 터진 혈관을 막는 것이 아니고 뇌에 쌓인 피를 빨리 제거해 뇌 손상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한번 뇌출혈이 일어나면 뇌 손상을 피할 수 없고, 손상된 뇌는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즉 뇌출혈은 예방이 최선의 치료인 것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뇌세포가 죽는 병이다. 혈전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동맥경화증에 의해 작은 혈관이 막혀 발생하기도 한다. 뇌 컴퓨터촬영에서 뇌에 작은 뇌경색이 많이 발생해 마치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경우를 볼 수 있다.

마비 증상이나 감각 이상과 같은 뇌출혈이나 뇌졸중 증상을 동반하지 않아 ‘무증상 뇌경색’이라고 한다. 그러나 잦은 매에 골병든다고, 작은 경색이 축척되면 치매 등의 원인이 된다.

+ 심장질환

심장은 근육으로 이뤄져있다.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온몸으로 피를 뿜어내려면 고혈압이 없는 경우보다 힘든 일을 해야 하므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 운동을 많이 해 근육이 발달한 경우는 건강한 것이지만, 혈압이 높아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 경우는 ‘심장이 고된 노동을 하느라 고생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심장 안쪽에 피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심장 안쪽 공간이 줄어들면 온몸에 피를 보내기 위해 심장이 여러 번 박동해야 하므로 심장은 곧 지치게 된다. 오랜 시간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망가진 상태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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