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노천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사들 경제적 어려움 협동조합 만들어 극복
장애인스포츠 홍보, 무료 사진교육 등 사회공헌
“사진으로 인천사람들 알려 인천에 자부심 줄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고, 타인과 소통하는 힘을 갖고 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이 지나도 사진에 변하지 않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김노천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SK 와이번스’ 야구단 전속 사진작가,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 설립자이자 이사장, 볼레옹공방 아트디렉터, 방송 ‘이야기 사진관’ 진행자. 이력만큼 사진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노천 한국포토저널리즘 협동조합 이사장.
김노천 한국포토저널리즘 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사진을 ‘소통’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잘 찍기 위해 촬영 대상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그 생각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애를 쓴다. 대상을 잘 알아야 형식적인 사진이 아닌, 그 사람의 모습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좋아해 동아리 활동을 했다. 군대에서도 사진 찍는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업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며 ‘김보룡’이라는 예명을 썼다. 프랑스인들이 보룡을 볼레옹으로 발음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볼레옹공방’이라는 사진전문기업을 만들었다.

볼레옹공방을 만든 건 1998년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과 기업 대 기업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야구단 홍보팀으로 들어오라는 제의에도 외주를 달라고 했던 것은 이전 직장에서 사수가 40세가 돼 명예퇴직을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당시 35세였던 그는 외주업체로 일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사진에서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야구단과 업체로서 계약을 맺었다. 업체로 있다 보니 나태해질 수 없었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채찍질했다.”

그는 1993년부터 ‘태평양 돌핀스’ 사진작가로 일하다 1999년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0년 ‘SK 와이번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김노천 이사장은 'SK 와이번스' 창단 때 부터 20년 간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 김노천)
김노천 이사장은 'SK 와이번스' 창단 때 부터 20년 간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 김노천)

사진사들 경제적 어려움 극복 위해 협동조합 만들어

2002년부터 디지털 촬영장비가 들어오면서 사진촬영이 대중화됐다. 편리함이 생겼지만, 아날로그 촬영장비를 사용해온 사진사들의 전문성이라는 가치는 떨어졌다. 카메라 다루기가 쉬워졌고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사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니, 사진사들의 설자리는 점점 없어졌다.

“일거리가 점점 줄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일거리가 줄어드니 볼레옹공방 직원을 뽑을 수 없었다. 직원이 없어지니 일거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 시기 사진업계가 어려워져 직원 고용을 포기하는 바람에 개인사업자가 많아졌다. 모든 사진사의 고민이었다. 이때 그는 개인사업자들을 모아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의 기본정신은 공동생산, 공동마케팅, 공동장비구매, 공동분배이다. 조합원들은 일한 만큼 가져간다.

한 조합원이 일거리를 찾으면 다른 조합원도 함께 일할 수 있게 공유하는 식이다. 일거리를 양도할 때 수수료를 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 간 신뢰도 쌓였다.

조합은 현재 한국프로야구 구단 10개 중 6개의 사진촬영과 함께 프로 축구ㆍ배구ㆍ농구 등 각종 프로 스포츠 사진촬영도 담당하고 있다. 스포츠 사진 분야에서 국내 1위 사진전문기업이 됐다. 현재 조합원은 36명으로, 국내 전 지역에서 일한다. 퇴직한 사진기자나 기업 홍보사진 담당자도 조합원으로 활동한다. 숙련된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찾고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역에서 사진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기도 한다. 수강생들 작품 전시회도 연다. 김 이사장은 지역 사진작가 육성을 지속하기 위해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볼레옹 스터디’라는 이름으로 사진 강의를 무료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매주 월요일 강의해오다 2016년부턴 격주 간격으로 하고 있다. 수강 회원이 100명을 넘고, 이들은 사진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은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2015년 휠체어 농구리그 사진집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장애인 스포츠를 홍보하고 있다.
한국포토저널 협동조합은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2015년 휠체어 농구리그 사진집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장애인 스포츠를 홍보하고 있다.

불모지인 장애인 스포츠, 사진으로 알리다

조합은 사진사 20~30명이 필요한 국가 행사에서 공식 사진을 찍을만한 사진전문기업이 없을 때 주로 섭외 받는다. 2014년 아시안게임에 공식 사진사 25명이 필요했는데, 조합원이 36명이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 공식 사진도 맡았다. 이때부터 장애인 스포츠 사진촬영의 전문성을 갖췄다.

이때 김 이사장은 장애인 스포츠가 언론이 잘 취재하지 않는 분야임을 알게 됐다. 불모지이기에 언론에서 더 많이 보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조합은 장애인 행사 사진촬영 입찰에 많이 참여하려했고,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행사 사진촬영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비장애인 스포츠에 비해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행사 사진을 찍어 언론에 송출하는 등, 장애인 스포츠 홍보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2014년 휠체어 농구리그 사진촬영을 맡아 세계 스포츠대회 홍보ㆍ언론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8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2015년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휠체어 농구리그를 만들었다. 조합은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휠체어 농구리그 사진집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공식 사진촬영도 맡았다. 이 일로 김 이사장은 한국포토저널리즘 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불모지인 장애인 스포츠를 개척해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기에 상을 받은 것이라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노천 이사장은 2018년 평창 패럴림픽 공식 촬영 후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노천 이사장은 2018년 평창 패럴림픽 공식 촬영 후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외부환경에 흔들림 없는 온라인 전시 공간 만들고 싶어

김 이사장은 현재 제일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은 ‘이야기 사진관’ 방송 진행이라고 했다. ‘이야기 사진관’은 인천에서 모범적으로 열심히 활동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발굴해 인터뷰하고 그들의 인생이 담긴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방송이다. 그는 사진으로 인천에 기여할 부분을 고민하다가 방송 진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인천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돌 때가 있다. 망언도 있지만, 인천에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참 많다. 최근에 ‘이야기 사진관’에 초대한 이성인 꿈베이커리 이사장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사람들을 알려 인천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다. 항구도시의 특징은 처음 오는 사람도 10년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다. 인천사람을 소개하는 데 토박이와 외지인을 가를 필요가 없다.”

그는 요즘 외부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온라인 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갑자기 닥쳐 혼란스러웠고, 온라인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진작가의 마지막 목표는 전시인데, 그걸 할 수 있는 공간을 잃어 힘들어하는 동료 작가들을 보면서 한 생각이다.

그는 지금 전시공간을 360도 회전해 볼 수 있는 시스템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진작가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 스포츠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당사자가 쉽게 경기 사진을 볼 수 있게 조합 채널에 장애인 스포츠 저널을 특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 뒤 “비대면으로 사진촬영 전문가 교육도 하려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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