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9월 14일 월요일 오전 11시 10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이라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기다릴 시각에 집에서 초등생 형제 단둘이 라면을 끓여먹다 불이 나 화상을 심하게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한 후 혼자서 생계를 꾸렸다.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2015년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7월엔 조건부 수급자로 변경됐다.

조건부 수급자는 자활근로를 할 수 있는데, 올해 6~7월까지 생계ㆍ주거급여에 자활근로급여를 포함해 한 달에 약 160만 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8월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활근로가 끊겨 밤새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비웠다.’

형제의 어머니는 이렇게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가정폭력과 이혼, 빈곤과 방임에 코로나19로 학교 돌봄 공백이 더해져 빚어진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고다. 비대면 원격수업을 시행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가정에 홀로 남겨진 위기 학생들을 우리 사회가 챙기지 못한 것이다.

인천에서 결식아동으로 분류된 초등학생이 6000명을 넘는다는데,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이 이 형제뿐일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21일부터 등교수업이 재개된다. 하지만 다음달 11일까지 유치원과 초ㆍ중학교 등교수업 인원은 3분의 1 이내로 사실상 등교 횟수는 주 1~2회 정도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들 간 학습 격차 발생도 문제이지만 돌봄 공백에 따른 위기 상황 발생이 더 큰 문제이다.

인천지역 초등학교 250곳 정도에서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돌봄 교실에선 대부분 급식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의 어머니는 학교에 ‘아이들을 직접 챙기겠다’며 돌봄 교실을 신청하지 않았다. 급식 대신 식비를 받는 형제는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고,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했다. 직접 챙기겠다고 한 어머니는 사고 당시 아이들 곁에 없었다.

코로나19는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아이들을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 그만큼 돌봄 지원 대책과 생계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코로나19 방역에만 집중돼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화재 사고를 두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하며, 그것은 아이들의 집안 형편과 생활을 제대로 파악할 때 가능하다. 아울러 원격수업을 하는 날에 아이들이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