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어머니 이혼 전 남편에 심한 가정폭력
이혼 후엔 우울증으로, 큰 아들에 폭력 전가
기초생활수급자로 160만 원으로 생계 꾸려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다 발생한 화재로 중태에 빠진 초등생 형제의 큰 형이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의 어머니는 코로나19로 자활근로가 끊겨 밤새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비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미추홀구와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미추홀구 용현동 한 임대주택 3층 빌라건물의 2층에서 발생한 불로 A군(10)과 B(8)군이 중태에 빠졌다.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화재로 초등생 형제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소방본부)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화재로 초등생 형제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소방본부)

형제 중 형인 A군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있으며, 형제의 어머니 C씨(30)는 A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씨는 아동복지법상 방임뿐만 아니라 신체적 학대 혐의도 적용돼 지난달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C씨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음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C씨는 이혼 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이혼 후엔 우울증을 앓았다. 남편의 가정폭력을 시작으로 이혼을 겪고 그로 인한 우울증이 두 형제에 대한 방임과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C씨는 이혼 후 한부모가정을 꾸려오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고, 2019년 7월엔 조건부수급자로 변경됐다. 조건부수급자는 자활근로를 할 경우 자활급여를 받을 수 있다.

C씨는 올해 6~7월까지 생계‧주거급여에 자활근로급여를 포함해 한 달에 약 160만 원으로 가정을 꾸려왔다. 8월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활근로가 끊겨 13만 원밖에 수령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 관계자는 “자활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1일 4시간 근무를 한다. 하루에 3만60원을 지급한다”라며 “지난 8월 25일부터 보건복지부로부터 자활근로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자활근로를 중단할 경우엔 교통비 4000원을 제외한 2만6060원을 지급받는다”라며 “C씨가 자활근로에 적극 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6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와 구가 할 수 있는 긴급조치를 찾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선 시는 긴급복지사업 기금으로 이들 형제에게 의료비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재가 난 빌라를 관리하는 인천도시공사는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공공임대주택 임대에 필요한 보증금 260만 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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