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㉛ (주)메이커스

이주여성들에게 일할 기회 다양하게 제공
세계축제 체험 등 다문화 체험 교육 진행
“이주여성이 회사 대표 맡게 하는 게 목표”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세계 속에 한국이 있듯이 한국에도 세계가 있다. 글로벌 시대 속 한국에 타국에서 온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타국에서 온 이들과 함께하면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교육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주)메이커스(대표 이미라)다.

이미라 (주)메이커스 대표.
이미라 (주)메이커스 대표.

메이커스는 이주여성이 주체가 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교육하고 알리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런 활동으로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부정적인 다문화 인식을 개선한다. 커피ㆍ공예품ㆍ교육프로그램 등을 만들면서 꿈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메이커스로 지었다. 본점은 계양구에 있고, 작업장은 남동구에 있다.

2009년에 설립된 메이커스는 2014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미라 대표는 국내에 메이커스와 같이 다문화를 전문으로 해 이주여성이 주체가 되는 사회적기업은 2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주여성을 주되게 고용하는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빈민구호단체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등, 다문화 관련 일을 20년 이상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주여성들에게 취업교육을 시켰는데, 교육을 받아도 취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이주여성들이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메이커스를 만들었다.

그는 “다문화는 따로 떨어져있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며 “‘다문화’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돼버린 것은 사회 책임이지 개인 책임이 아니다.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150여 명이 (주)메이커스에서 다문화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ㆍ메이커스)
이주여성 150여 명이 (주)메이커스에서 다문화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ㆍ메이커스)

이주여성, 불쌍한 사람 아니라 배워야할 상대

메이커스에선 이 대표와 직원 7명이 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엔 직원으로 이주여성만 뽑았는데 자금은 구분해 뽑지 않는다.

그는 “어떤 사회든 한 가지만 모여 있으면 건강하지 않다”라며 “이주여성끼리만 있으면 그들 나름의 갈등이 있다. 각자 자기 나라 문화가 있어 그대로 두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이 있을 때 한국말로 싸우고, 한국식으로 해결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된 이주여성들은 행정과 서기 등 사무 관련 일도 한다. 지난해까지 과장직을 이주여성이 맡았다. 능력이 있으면 국적에 상관없이 과장직 이상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이 대표는 여긴다. 이주여성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게 메이커스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다양한 일과 직책을 맡기는 것은 한계에 도전해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커스에서 다문화 교육 강사로 일하는 이주여성은 약 150명이다. 메이커스에서 진행하는 글로벌교육지도사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딴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 수가 100명이다.

이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학력이 떨어져 취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고 한 뒤 “이주여성 강사에게 물어보면, 자녀가 ‘우리 엄마 선생님이야’라고 자부심을 가질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주여성은 도와줘야할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장점이 있고, 그것을 배워야한다”고 덧붙였다.

메이커스에서 8개월간 일하고 있는 서상민(남, 30) 씨는 “다문화,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지만 업무할 때는 비슷하다”라며 “국적마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수시로 접하면서 갈등 직면 시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메이커스 수익금을 어디에 써야 좋을지를 고민하다가 이주여성들을 위해 중도 입국 청소년을 위한 전일제 대안학교 ‘새꿈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중도 입국 청소년은 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들어온 청소년을 뜻한다. 새꿈학교는 1차 한국어 교육, 2차 한국 생활 적응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졸업생이 300명을 넘는다. 또, 고려인과 러시아인들이 많이 사는 연수구 함박마을에 소망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주)메이커스가 진행한 필리핀 마스카라 페스티벌 체험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사진제공ㆍ메이커스)
(주)메이커스가 진행한 필리핀 마스카라 페스티벌 체험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사진제공ㆍ메이커스)

남녀노소에게 세계축제 등 다문화 체험 교육

최근에는 이들이 진행하는 세계축제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커스는 지난해 마포아트센터와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이 행사를 진행했다. 인천을 벗어나 목포 등 국내 곳곳에서 이 교육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필리핀ㆍ카메룬ㆍ중국ㆍ일본ㆍ베트남ㆍ몽골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를 체험할 수 있다. 축제 역사와 의미를 배우고, 직접 분장하거나 가면을 쓰고 축제를 즐긴다. 해당 국가 출신 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 예로, 필리핀 마스카라 페스티벌 체험을 진행하는 강사는 필리핀인이다.

아울러 메이커스는 지역아동센터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세계 문화 이해 교육도 한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인식하게 하는 게 교육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도 각 나라 출신 강사들이 진행한다.

이 대표는 “초등학생들에게 축제를 물어보면, 연예인 공연이나 먹거리 등을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이는 우리나라 축제문화가 획일화돼있다는 소리이다”라며 “중국 설날에 추는 사자춤을 가르쳐주는 등, 세계의 다양한 축제를 체험하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메이커스는 세계 각국 화폐로 각 나라 물건을 사보는 시장놀이를 비롯해 전통 놀이ㆍ의상ㆍ악기ㆍ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메이커스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문화를 배우고 있다.

(주)메이커스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몽골 전통가옥 ‘게르’ 만들기 체험 장면.(사진제공ㆍ메이커스)
(주)메이커스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몽골 전통가옥 ‘게르’ 만들기 체험 장면.(사진제공ㆍ메이커스)

“이주여성이 메이커스 대표를 맡는 게 목표”

이 대표는 메이커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지난해 메이커스 직원과 강사들이 모두 모여 10주년 잔치를 한 것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땀 흘려 번 돈으로 아주 화려하게 큰 호텔에서 파티를 했다”며 “내 사람들과 내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꼈고, 이주여성들도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올해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얘기할 만큼 코로나19로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하반기엔 비대면으로 수업할 수 있는 학습꾸러미를 개발하는 등,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주여성이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회사가 되고, 회사 대표를 이주여성이 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목표”라며 “이주여성들은 정말 능력이 있어도 대개 최저임금을 받는데, 이런 관행을 메이커스에서 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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