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작곡가 발탁, 11년차 효녀가수이자 패션 CEO
행사마다 어머니 동행...“모시고 여행 다니는 기분”
최근 고 정귀문 작사가 유작 ‘친구야 보성가자’ 발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수십 년째 효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트로트 가수 현숙과 어깨를 견줄 만한 가수가 인천에 나타났다. 바로 행사 때마다 어머니와 팔도를 함께 다니는 사업가 출신 효녀가수 명희다.

가수 명희 씨는 무대에서 청량하고 가냘픈 목소리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능력을 갖췄다. 아련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뽐내기도 하지만, 공연 성격에 따라 관객들과 호흡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국내 지역 행사는 대부분 섭렵했을 정도다.

명희는 올해로 가수 경력이 15년째다. 첫 앨범을 발매한 지는 10년이 됐다. 나름 중견 가수가 됐다. 그만큼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KBS 가요무대에 선 명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각종 가요제 섭렵 후 가수 제안...“늘 함께하는 팬들 덕분에 보람”

명희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합창단 활동을 하며 노래에 소질이 보였다. 틈날 때마다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등을 부르며 그를 동경했다. 사회생활에 전념하면서 오랫동안 그 꿈을 접었다. 그러나 능력과 소질이 뛰어난 사람은 숨길 수 없는 법. 명희의 목소리를 예사롭지 않게 봐온 친구는 그에게 안양시 주최 주부가요제에 출전할 것을 권유했다.

처음 나가 본 노래대회였지만 명희는 동상을 타며 가수 생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으며, 안양 시민가요제에서는 최진희의 ‘여정’을 불러 금상을 수상했다. 전국 트롯가요제에도 나가 금상을 획득하며 정식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가수 명희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2007년에는 전국 주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경인방송 마이크스타 최우수상, 2009년 KBS 전국노래자랑 금상까지 얻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이었던 김수환 작곡가를 만나 데뷔앨범 타이틀 곡 ‘사랑의 굴레’를 내며 공식 가수로 활동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제2회 가요티비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명희는 의류 유통사업을 30년 동안 이끌어온 CEO라는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연예생활을 하다가 사업하는 경우는 자주 접하지만, 사업을 꾸리다가 연예활동을 하는 경우는 생소하다. 가수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나 직원들의 걱정은 오히려 없었다고 한다. 회사를 똑 부러지게 운영해 온 덕분이다.

가수 명희(왼쪽)와 그의 어머니. 명희는 매 행사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행사를 다니며 효녀가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가수 명희(왼쪽)와 그의 어머니. 명희는 매 행사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행사를 다니며 효녀가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명희가 효녀가수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팬들 덕분이다. 팬들은 행사마다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명희를 보고 그 효심에 감복했다. 명희는 현재도 친정어머니와 살고 있다. 이에 걸맞게 지난 2012년 대한민국 충효상 대상, 2013년·2014년에는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사회봉사상과 모범가수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지극한 효심을 보이는 명희가 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만화가인 한 팬은 명희의 가사와 이력을 만화로 그려 명희를 홍보하고 있다. 상당한 재능기부다.

“첫 행사하러 다닐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다니고 있어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할 때 몇 번을 빼면 거의 모든 행사를 함께한 셈이죠. 어머니를 모시고 효도여행 다닌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즐거워요.”

“다음 앨범에는 인천을 노래하는 곡 부르고파”

효녀가수 명희를 소개하는 만화. 만화가 출신의 명희의 팬이 만들었다.
효녀가수 명희를 소개하는 만화. 만화가 출신의 명희의 팬이 만들었다.

간혹 1집부터 벼락스타가 되는 가수도 있지만, 가수들은 보통 2집부터 자신의 색깔을 찾으며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명희는 2014년 2집 ‘어화둥둥’을 발표했는데, 이 곡이 또 효녀곡인 셈이다. 명희는 “2집 발표 이후 행사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쉴 새 없이 국내를 누볐다”고 말한다. 이후 2017년 3집 ‘너도 바보 나도 바보’를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랬던 명희도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금껏 300회가 넘는 봉사공연을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드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명희는 “최근 트로트 경연 방송이 대세였던 만큼, 도전하지 못했던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나중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도전해 볼 계획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꾸준히 가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4집으로 자신의 고향을 노래한 ‘친구야 보성가자’를 최근 발표했다.

특히 ‘친구야 보성가자’는 정귀문 작사가 명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다. 고 정귀문 선생은 배호의 ‘마지막 잎새’와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을 작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8월 1일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제가 정귀문 선생님께 고향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 드렸어요. 흔쾌히 응하셨고 한 달 전부터 녹음 날짜를 잡아 놨는데, 제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못 보여 드리고 떠나 보내드린 게 너무 아쉬워요. 제 고향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지만 암 투병 중에도 끝까지 저를 챙겨주신 선생님 때문에 평생 간직해야 할 곡이기도 해요”

명희는 자신이 새롭게 둥지를 튼 인천에 대한 애정도 과시했다. 그는 “인천도 남부럽지 않게 유명한 관광지이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 같다”며 “인천에 대한 노래를 재밋게 만들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 5집 수록곡은 반드시 인천을 주제로 발표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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