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간신(奸臣)의 간(奸)은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신하가 조직의 권력을 쥔 누군가에게 빌붙어 정당한 실력보다 간사한 술수와 아부, 아첨으로 자신의 이욕을 챙긴다면 바로 그가 간신이다.

권력자의 지시는 옳고 그름이 없이 무조건 복종하며 아래에게는 가혹하고 천대하는 자, 혈연ㆍ학연ㆍ지연 등 사적으로 엮어진 관계를 공적인 관계에까지 끌어들여 공사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자, 이익의 차이와 주변 상황에 따라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는 자, 떳떳하지 못한 일을 맡은 대가로 신임을 받는 자, 자신의 뜻과 다르면 적으로 간주해 모함하고 배척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간신이다.

공을 탐하고 자신의 잘못을 숨기며 죄와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자가 있다면 그가 간신이다. 간신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배신하고 공명과 이욕을 위해서라면 변절도 서슴지 않는다.

간신이 많으면 조직의 영혼인 신뢰가 무너지고 정당한 방법이 통용되지 않는다. 조직에 헌신하려는 충직한 일꾼들이 사라진다. 실제로 공을 세운 자, 실력이 많은 자는 불만이 쌓이게 되고, 불만은 점점 조직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

간신이 많을수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자의 그림자 주변을 맴돌며 허리춤을 붙들고 자신의 이득만을 찾게 되니 제도도, 신의도, 질서도, 양심도, 원칙도 사라져버린 말만 조직이지 실제로는 조직이 아닌 집단이 되고 만다.

그러나 조직이 살아있는 한 간신은 존재한다. 그는 결코 면전에서 간(諫)을 하지 않고, 권력자를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며 종래에는 뒤에서 쏠 화살을 준비한다.

그리고 간신의 달콤한 아부를 마치 자신의 인격이나 당연한 권력의 부산물로 생각하는 권력자도 있다. 그런 권력자가 있기 때문에 간신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는 경제 원리와 같다.

간신은 눈도 가늘게 찢어지지 않았고 염소수염도 달리지 않았지만 초콜릿처럼 달콤한 말로 권력자의 환심을 사고, 거지처럼 낮은 자세로 순종한다. 그러나 속은 검고, 교활하고, 음험하고, 간교하니 이해(利害) 문제로 상대해보기 전에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둠도 오래 있으면 눈에 익숙해지듯이 분명히 찾아낼 수 있다.

서경(書經)의 입정(立政)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모면(謀面)이란 왕의 눈앞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그늘에선 자기 멋대로 하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불훈덕(不訓德), 즉 바른 행실을 하고 왕을 돕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고 떠벌리는 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중대한 지위에 둬 천하의 정치를 맡긴다면 좌우(左右)와 상백(常伯)과 준인(準人) 등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의민(無義民), 즉 진실로 바른 도를 행하지 않고 그 본분을 완수하는 자도 없어진다.”

행정이란 무엇인가. 주민을 위해 옳은 것을 실천하고 어제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위대한 과정이 아닌가. 그 과정에는 민무신불입(民無信不立)이라는 공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하는데 쥐새끼 같은 간신들이 암세포처럼 도사리고 앉아 동료들이 일구어놓은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근간을 파괴하는 간신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원칙이 통용되는 제도적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 그 시스템을 공유하고 존경하는 문화, 아부와 아첨을 배척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공직자들이여 정도를 지켜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자식을 위해, 역사를 위해, 다시 밀고 나오지 못할 문에 들어설 때 깨끗한 양심을 건네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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