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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㉚ 인천 자바르떼

마을문화 사업과 문화 소외지역 예술 공연 진행
“예술 활동 보장위해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해야”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가난하고 고된 삶이 예술혼을 불태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시대에 통하지 않는다. 예술인도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지속적인 창작이 가능하다. 이런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사회적기업이 인천에 있다. 부평구에 있는 인천 자바르떼(대표 이경옥)다.

​이경옥 인천 자바르떼 대표.
​이경옥 인천 자바르떼 대표.

자바르떼는 일(Job)ㆍ예술(Art)ㆍ놀이(Play)를 융합해 지은 이름이다. 즐거운 예술과 신나는 삶을 뜻한다. 예술인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문화예술 교육과 공연 사업 등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과 공연을 하고, 지역축제 기획 등 마을문화 사업도 한다.

이경옥 대표는 “문화예술인도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설립했다”며 “‘예술이 밥 먹여주나?’라는 말처럼 문화예술인으로 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자바르떼는 2004년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라는 사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예술 활동뿐 아니라, 대안적인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바르떼가 인천ㆍ서울ㆍ경기로 나뉘어 독립하면서 인천 자바르떼는 2010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 대표와 상근직원 4명이 인천 자바르떼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회원과 활동회원은 100여 명된다. 이중 20~30명은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할머니 뽕짝노래단이 2014년 열우물마을 축제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할머니 뽕짝노래단이 2014년 열우물마을 축제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마을주민이 직접 만드는 문화 활동의 길잡이

자바르떼는 도움이 필요한 마을에 찾아가 문화사업을 벌인다. 주민들은 앉아서 박수만 치는 관객에서 벗어나 직접 문화예술모임을 이끈다. 아울러 마을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주민들은 서로 끈끈해진다. 이 대표는 다양한 사람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서로 교류하고 마음을 나눠야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지금 재개발 정비사업이 한창인 부평구 열우물마을(십정동)이 대표적 마을문화 사업 사례다. 1980년대까지 이어져온 열우물마을의 마을잔치는 십정시장이 쇠퇴하면서 사라졌다. 자바르떼가 2010년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마을잔치를 다시 열었다. 주민들은 현재까지 단옷날 마을행사를 연다.

아울러 마을 주민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아낙네 연극동아리, 할머니 뽕짝노래단, 청소년 밴드 등 여러 모임을 만들었다.

자바르떼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부평구 11번가’에서 진행된 ‘2020년 부평구 도시재생 기록화 사업’에도 참여했다. 마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같이 볼 수 있는 커뮤니티 판화 작업으로 공원에 벤치를 만들었다.

마을문화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하면, 자바르떼는 빠진다. 이 대표는 “마을문화 사업은 어느 정도까지 같이 하지만, 결국 마을 주민들이 주체로 서야한다”며 “처음에는 자바르떼가 이끌지만, 진행 과정에서 주민이 서고 직접 이끄는 식으로 바뀐다. 주민들이 운영할 수 있을 때 마을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자바르떼의 마을문화 사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다. 고려인이 많이 살고 있는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진행하려는 ‘문화예술로 함박웃음’도 마찬가지다. 함박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라탄공예, 천연비누 만들기, 허브음료 만들기 등과 소소한 문화 잔치를 준비했다. 아울러 문화예술 교육으로 노인들과 함께 강강술래 같은 춤을 만들고, 아이들과 음악놀이를 하려했다.

이 대표는 “어떤 축제든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축제가 아니라, 만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한다”며 “수혜자와 교수자가 따로 없으며,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예술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인천 자바르떼는 옹진군 장봉도에 있는 장봉분교에서 '신나는 예술여행'을 진행했다.(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인천 자바르떼는 옹진군 장봉도에 있는 장봉분교에서 '신나는 예술여행'을 진행했다.(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문화예술 소외지역 찾아가는 예술 공연

자바르떼는 아동ㆍ청소년ㆍ노인, 비정규 여성노동자 등 문화 소외계층을 발굴해 이들에게 문화예술을 교육한다. 2011년부터 부평구 삼산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생활예술동아리 만들기, 공공미술 활동 등을 진행해왔다. 이때 만들어진 장애인 미술동아리는 매해 자체 전시회를 한다.

이밖에도 지역아동센터ㆍ주민센터ㆍ복지관 등에서 ‘찾아가는 문화예술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은 주제와 대상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이 대표는 “생태예술 얘기를 프로그램 안에 많이 넣으려한다”며 “악기는 소리를 새롭게 만들기보다 들리는 소리를 더 멋있게 만든 것이다. 나무 악기는 나무 소리를, 돌 악기는 돌 소리를 내며, 문화예술의 근본이 생태이다”라고 말했다.

자바르떼는 2017~2018년에 경기도 농촌지역을 찾아가 문화 체험활동과 공연을 진행했다. 지난해엔 인천 옹진군 장봉도 초등학교를 찾아가 공연했다.

자바르떼가 실천하고 있는 문화이념은 ‘삶에 지친 사람들, 문화 누림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는 것’이다.

자바르떼는 노인과 어린이 관객을 위한 문화예술 공연도 한다. 풍물패 더늠, 타악그룹 ‘Bahn’, 민요팀 ‘에헤야’를 초청해 실버세대 대상 프로젝트 공연 ‘얼쑤’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구를 지키는 재활용밴드 ‘지지밴드’와 ‘신나는 섬’ 등 예술단체를 초청해 어린이 관객에게 문화ㆍ생태적 공연콘텐츠를 보여주는 ‘신나는 Something Festa’를 매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신나는 Something Festa'.(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지난해 열린 '신나는 Something Festa'.(사진제공ㆍ인천 자바르떼)

“우리나라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해야”

자바르떼는 문화예술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설립됐다. 2004년 50명을 시작으로 매해 25~6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코로나19로 문화예술 공연이 취소돼 예술인들이 설자리가 없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0원이다. 매출 없이 월급만 나갔고, 단축 근무를 했다”며 “문화예술은 사회적으로 물의가 발생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들은 사회적으로 제일 먼저 소외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자바르떼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도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 있다. 그는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인데 경제적 이유로 상근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부가 연수단원 채용을 지원하지만, 지원기간이 10개월밖에 되지 않아 경제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7년간 국악을 해온 이 대표는 “대부분의 예술인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인들에게 기본급을 보장해주고 있다. 예술인들이 일정 급여를 보장받으면 기금 지원에 목을 맬 필요 없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예술인 기본급 제도는 2~3년 전부터 논의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자바르떼가 인천의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혼자 하면 외롭고 힘들지만, 같이 미래를 나눌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바르떼 직원이 상근을 그만두더라도 후원회원 등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등, 한 번 연결되면 쭉 간다”며 “때로는 기업 같지 않은 모습도 있는데, 촘촘한 관계망으로 더 오래가기도 한다”고 자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매출이 너무 떨어져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게 올해 목표”라며 “앞으로 문화재단 같은 문화예술학교를 만들어 외부 영향에 직격탄을 맞지 않고 사람들이 찾아와 교육 받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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