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여고 신입생으로 구성, 매해 개천절·전국체전 마다 공연
“여학생 장식 활용 인식 여전해, 인천시교육청이 개선해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강화여자고등학교의 칠선녀 선발과 운영 방식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예술과 성인지 감수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강화여고 강당에서 무관중·온라인 ‘방구석, 정책토크쇼!’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강화여고 학생들은 ‘칠선녀 성무 공연’을 펼쳤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달 27일 강화여고 강당에서 개최한 무관중·온라인 ‘방구석, 정책토크쇼!’에서 강화여고 학생들이 ‘칠선녀 성무 공연’을 펼치는 모습.(사진제공 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이 지난달 27일 강화여고 강당에서 개최한 무관중·온라인 ‘방구석, 정책토크쇼!’에서 강화여고 학생들이 ‘칠선녀 성무 공연’을 펼치는 모습.(사진제공 인천시교육청)

이를 두고 인천의 한 교사는 “여전히 마니산 참성단에서 남자들이 제사를 올릴 때 춤추고 옆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칠선녀 역할을 강화여고 학생들이 하고 있다”며 “성인식개선팀을 운영하는 인천시교육청이 칠선녀 폐지를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학생들을 동원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예술을 지키려 한다면 정식 무용단을 꾸리며 된다. 여학생들 중에서 칠선녀를 선발하는 모습은 여학생들을 장식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칠선녀는 단군왕검이 제사를 지낼 때 선녀 7명이 그릇을 받들고 있었다는 기록에서 유래했다. 이에 따라 전국체전 성화 채화를 할 때나, 개천절 행사를 진행할 때 칠선녀 학생들이 참성단에서 성무를 추는 행사가 매해 진행된다.

칠선녀 성무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을 예술로 활용한 것이며,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무대에 올라 뽐냈을 뿐이다. 그러나 남성 기관장들과 유력인사들이 제사 지내는 옆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장식 역할을 하는 모습은 최근 달라진 성 평등 인식에 비춰볼 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강화여고는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교가를 선도적으로 바꿔낸 학교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강화여고는 2016년 ‘여자다워라’라는 교가 가사가 왜곡된 성 역할을 강조한다는 한 재학생의 지적이 제기되자 학생회와 학부모운영위원회 등 논의를 거쳐 ‘지혜로워라’로 변경한 바 있다.

강화여고 관계자에 따르면, 매해 강화여고 신입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칠선녀는 70년대부터 시작됐다. 매해 초 강화군은 강화여고로 칠선녀 모집 공문을 보내면 학교는 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을 신청하며 칠선녀 학생 7명을 선발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관 주도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한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전통과 예술을 살리면서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묻히고 드러나지 않는 차별과 억압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다”며 “현재 평등과 인권감수성으로 전래동화들도 재해석하는 시도가 있는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칠선녀를 두고 인천시교육청의 성평등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성인식개선팀을 신설해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내부의 성차별적인 인식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을 찾아가는 행사의 경우, 각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들이 축하공연을 진행한다. 좋은 취지로 강화여고를 대표하고 역사가 깊은 칠선녀 동아리를 초청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화여고의 한 교사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할 점도 있다고 보지만,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으로서 긍정적인 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있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개천절이나 전국체전 성화 채화 같은 큰 행사를 제외하고는 외부 공연을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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