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무실 공간이 없어, 다른 전시실 마련할 터”
문화예술인협회 “전시하던 걸 왜 못하게 하나”

▲ 부평구청 2층 전시시설 용도변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부평구청 2층 전시실을 놓고 시끄럽다. 부평구과 부평구문화예술인협회(회장 정유천ㆍ이하 협회)가 구의 ‘2층 전시실 용도변경 계획’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2012.1.17.)

구가 전시실을 도서실과 자료열람실로 조성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협회 측은 구에 간담회를 열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 7일 구청 3층 상황실에서 양측이 자리를 마주했다. 이 자리에는 정유천 협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15명과 황의식 부구청장, 이호남 문화환경국장, 윤일영 문화체육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전시실은 청사를 개관할 때부터 16년여 동안 지역 예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수많은 예술인들이 예술의 장을 펼쳐왔다. 이 전시실은 문화 불모지였던 부평구에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상징적인 장소”라며 “이런 의미 있는 공간을 없애는 것은 문화예술을 지역과 나라 발전의 근본으로 삼는 지금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신종택 협회 부회장은 “이 공간은 우리 협회사람들만 활용하는 곳이 아니다. 아마추어 작가나 소규모 동아리 회원들도 사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를 확산해온 곳이다. 새로 지어주는 게 아니라 있던 것을 없앤다니,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시실 사용현황을 보면,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30회의 전시가 155일에 걸쳐 열렸다. 이 가운데 협회 측에서 주최한 전시회는 두 건 뿐이고, 나머지는 협회 회원이 속한 동아리 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동아리 전시가 대부분이다.

이에 황 부구청장은 “이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구청에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처음 청사가 생겼을 때보다 직원이 많이 늘었다. 작년에 조직 개편하면서 행정자료실이 사무실로 바뀌었다. 자료실이 없어 상당히 불편하다. 전시실을 도서관과 행정자료실로 만들어 구민들과 구청 직원들이 모두 이용하도록 할 생각을 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부구청장은 또 “전시 첫 날에는 사람이 많지만, 이후 관람객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한 뒤 “일부러 내모는 것이 아니라 궁여지책 속에 나온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 공간을 다른 곳에 마련해주겠다”며 부평구의회 1층 로비와 부평역사박물관 1ㆍ2층 전시실, 부평아트센터 전시실 등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연옥 협회 미술분과회장이 나서 “다른 대안은 필요 없다. 이미 우리가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일궜다. 전시 참여 인구가 적다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이참에 (구청) 1층으로 전시실을 옮기는 것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이밖에도 ‘아마추어나 소규모 동아리는 어디에서 전시를 할 수 있나?’ ‘용도변경에 대해 왜 협회와 토론을 갖지 않았나?’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다른 기관의 전시실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에 황 부구청장은 “여기서 나온 모든 의견을 잘 수렴해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신 부회장은 “3월부터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전시 신청을 받고 전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전시실의 정상운영을 기대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소리 소문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을 진행하기 전에 간담회 등을 열어 소통과정을 거치기를 바란다”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황 부구청장은 “행정에 대한 불신이 큰 것 같은데, 오늘 나온 의견들을 모두 검토하겠다. 내부적으로 진행해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구는 전시실 용도변경 공사를 신한은행의 도움을 받아 진행할 생각이다. 구의 의지대로라면 2층 전시실은 도서관, 행정자료실, 신한은행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2층 전시실 대관신청은 할 수 없으며, 구가 제시한 다른 전시실 운영에 관한 사항은 조례 개정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회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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