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읽기]
오케이 마담(OK! MADAM)|이철하 감독|2020년 개봉

인천투데이=이영주 시민기자 | [2020.8.12. CGV주안역에서 관람] 억척스러운 시장 상인이자 석환(박성웅)의 사랑스러운 아내, 유치원생 나리(정수빈)의 믿음직한 엄마인 미영(엄정화)은 꽈배기 반죽의 달인이다. 미영의 화려한 손놀림으로 탄생한 꽈배기는 매일 가게 셔터 문을 열자마자 완판이다.

어느 날 전기 수리기사 남편의 가게에서 비타민음료를 마시다가 병뚜껑 이벤트로 ‘하와이 가족여행권’에 당첨된 미영. 여행 갈 생각에 신이 난 석환과 달리 미영은 여행권을 팔아 고대 유물 같은 세탁기를 바꾸려하지만 “유치원에서 비행기 못 타본 사람은 나뿐”이라는 딸의 눈물 앞에서 마음이 약해져 하와이 여행을 가기로 한다.

부푼 마음으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미영의 가족. 운 좋게도 좌석 업그레이드 서비스까지 받게 돼 난생 처음 비즈니스석에서 그 유명한 마카다미아를 씹으며 여행 기분을 물씬 내는데, 어째 비행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겹겹이 쌓인 미영의 행운은 앞으로 벌어질 대형 사건의 신호탄이었을까? 생애 첫 하와이 여행에 테러리스트의 비행기 하이재킹이라니!

이철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오케이 마담’은 소박한 코믹 가족영화로 도입부를 열었다가 배경이 비행기로 바뀌며 딱딱 들어맞는 합이 돋보이는 액션영화로 변모한다. 이런 장르의 변주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은 단연 미영 역의 엄정화 덕이다. 멜로, 로맨틱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면서도 언제나 여성 캐릭터가 극의 중심 서사를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왔던 엄정화의 필모그래피는 ‘오케이 마담’에서도 이어진다.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의 미영은 애정 충만한 남편의 아내이자 딸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엄마다. 그러나 보통의 여성 캐릭터처럼 아내와 엄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전설의 꽈배기를 만드는 달인이며, 꽈배기 장사로 한 가족을 건사하는 가장이다. 아내와 엄마이지만 빛나는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는 여성 캐릭터는, 나이에 따라 다르게 요구되는 여성 역할에 묶이지 않고 데뷔 이후 30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로, 댄스 디바로 활동해온 엄정화의 커리어와 부합한다.

영화 제목 ‘오케이 마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양자경의 ‘예스 마담’을 오마주했다. 홍콩 액션영화 특유의, 합이 잘 맞고 주변 소품을 활용하는 액션이 ‘오케이 마담’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평범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은 엄정화의 각 잡힌 액션과 화려한 발차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30년 동안 꾸준하게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던 배우 엄정화가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이 다 완료되기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땀 흘린 결과다.

엄정화로 시작해 엄정화로 끝나는 엄정화의 영화인 ‘오케이 마담’이지만, 이 영화는 또 다른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약자를 희화화시키며 불편한 웃음을 유발하는 보통의 코믹영화들이 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영리한 코미디영화다. 엄정화의 가족인 석환과 나리는 물론이고 비행기 승무원, 승객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어느 하나도 허투루 소비되지 않으며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어낸다. 또한 잔인한 장면과 피 칠갑을 전시하듯 보여주었던 숱한 액션영화들과 달리 비행기라는 공간과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합을 맞추는 유쾌한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지루한 장마(라고 쓰고 기후위기라고 읽는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오케이 마담’은 후덥지근하고 습한 여름장마를 견뎌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만한 유쾌한 액션영화다. 나이 따위는 저 멀리 날려버린 듯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엄정화의 발차기만으로도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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