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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㉗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중국 능가하려면 중국 문화ㆍ역사 정확히 알아야”
“인천 인프라 충분, 이를 살리기 위한 지원 필요”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 하면 떠오르는 곳이 중구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에서 ‘한중 교류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교육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대표 조경순)이다.

조경순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대표가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경순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대표가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차이나브이는 2016년 7월 18일 법인으로 등록했고, 올해 5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중국어 교육 기업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사례는 차이나브이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유아부터 학생, 성인까지 중국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교육한다.

조경순 대표는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은 중국과 불가분 관계라며, 중국 전문가가 해마다 2만5000명 정도 배출돼야 한중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중국어 전공자인 조 대표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확고해졌다. 중국이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는 점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들을 능가하려면 막연하게 부정적 인식을 가질게 아니라, 정확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 대표는 “영어 교육은 대중화돼있는데, 중국어까지 사교육을 받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중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와 역사 등을 함께 배워야한다. 그래서 같이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브이에는 직원 한 명과 외부강사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외부강사 중 3명은 결혼 이주여성, 2명은 청년이다. 조 대표는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를 겪고 있어 외지로 나가는데, 마을과 연계해 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차이나브이는 중국어 교육에서 소외계층이 없게 만들겠다는 ‘공유 가치’를 목적으로 지역아동센터 등과 중국어 교육 기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어 장서 등 다양한 책 4000여 권이 있는 작은도서관을 주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며, 동아리를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어 교육 수강생들이 월병과 버블티를 만들면서 중국 문화를 배운다.(사진제공ㆍ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중국어 교육 수강생들이 월병과 버블티를 만들면서 중국 문화를 배운다.(사진제공ㆍ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신나고, 즐겁고, 맛있는 체험이 있는 교육

조 대표는 보고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닌,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수업을 강조했다. 차이나브이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월병과 버블티 만들기 ▲치파오 입기 ▲마작 체험 ▲얼후(중국 전통악기) 체험 등이다. 아울러 차이나타운에서 화교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 중국어로 대화하면서 물건을 사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때 참가자들은 단순히 행위만 하지 않는다. 차이나브이 강사들은 월병 하나를 만들어 먹을 때도 월병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알려준다.

한 예로, 월병은 중추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중국인들은 추석 선물로 월병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중국에 이런 풍습이 생긴 까닭은 원나라 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작전이 적힌 편지를 월병에 넣어 군사들에게 알렸고, 전쟁에 승리해 명나라를 세웠는데 초대 황제가 매해 월병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나눠주며 건국을 기념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체험을 병행한 교육은 수강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월병 만들기를 한 수강생은 “중국의 우아한 차 문화와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깃든 월병의 의미와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중국 전통놀이인 마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학생들이 중국 전통놀이인 마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또한, 차이나브이는 학생들에게 중국 진출을 위한 진로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중ㆍ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난해 중국문화지도사 자격증 과정을 열어 20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차이나브이 프로그램에 연간 1만 여명이 참가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학생들이 와서 즐겁게 배우고 진로ㆍ진출에 많은 기회를 얻는 게 보람이라고도 했다. 특히, 상업계 고등학생들이 차이나브이에서 교육을 받은 후 CJ 중국 법인에 30명 정도 취업하기도 했다. 교육 받은 이들이 동시통역사가 돼 중국인들을 데려오기도 했는데, 중국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는지 이후에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아울러 차이나브이는 AI 기술을 접목해 지난해 중국어 음성 인식이 가능한 로봇 ‘총밍이’를 개발해 차이나타운 체험 현장에 도입했다. 중국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총밍이’를 학교 교육용으로 대여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증가 추세였던 수익이 뚝 떨어졌다. 특히 2월부터 6월까지는 일이 없어 놀았다. 그나마 7월부터는 중국 현지 캠프가 막힌 탓에 몇 팀씩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 조 대표는 화상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과정을 만들어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조경순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대표가 AI 중국어 음성 인식 로봇 ‘총밍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경순 (주)차이나브이 중국어마을 대표가 AI 중국어 음성 인식 로봇 ‘총밍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에 풍부한 인프라 살려 중국어센터 만들자”

차이나브이의 ‘중국어마을’은 원래 중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이다. 조 대표는 당시 강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8년간 운영되다가 구청장이 바뀌면서 없어졌다. 이를 없애면 안 된다고 항의한 조 대표가 직접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자며 차이나브이를 설립했다. 조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 후 일자리지원금을 받은 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차이나브이에 교육 받으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고, 이 공간을 사랑해주는 지지자도 200명가량 있다. 70세가 넘은 한 지지자는 차이나타운 활성화를 위해 치파오를 입힌 인형으로 공연하고 교육 수강생들에게 ‘변검’ 공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 대표는 차이나타운이 외부에서 주목받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많으나, 인천시나 중구에서 돌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향이 차이나타운인 한국인들도 거의 떠나고 화교도 중식당을 운영하는 주인들만 남아있으며 종사자들은 계약직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조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와 광주광역시는 폐교 등을 중국어 체험센터로 조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은 넘쳐나는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코로나19 이전에 대규모 인원이 교육을 들으러 올 때면 공간이 부족해 다른 장소를 빌려야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인천시는 지원되고 있던 부분을 없앴다. 시가 더 지원해주면 공공성을 가미해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며 “영어마을 지원은 많으나 중국어마을 지원은 별로 없다. 시가 서구 영어마을처럼 지원한다면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브이는 올해 제5회 한중 도서 전시회를 국회에서 개최한다. 하반기에는 비대면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며,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어 통역 봉사단으로 활동할 ‘평화봉사단’ 모집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계획된 사업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이곳과 차이나타운을 인천의 자산으로, 교육에 집중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여기는 중국어 교육특구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바람이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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