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㉖ (주)새벽

사람과 환경 생각해 천연제품 개발ㆍ판매
취약계층 대상 천연화장품 DIY 강사 교육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천연’이 대세다. 화장품도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착한 성분, 좋은 성분만 들어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이런 사람들의 기준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인천 동구에 위치한 (주)새벽(대표 김정하)이다.

‘새벽’은 2006년 서울에서 ‘BotanicalOPERA’로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이 이름을 보고 어떤 회사인지 잘 몰라, 김정하 대표는 2011년 인천에 와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다시 설립했다. 천연 원료만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만큼, 신선하고 맑은 느낌을 주는 이름을 찾으려했다. 그리고 2014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정하 (주)새벽 대표는 직접 천연화장품을 연구ㆍ개발한다.
김정하 (주)새벽 대표는 직접 천연화장품을 연구ㆍ개발한다.

‘새벽’의 직원은 현재 4명이다. 지난해 ‘숲에서 온’이라는 세정제 브랜드와 ‘마마랩(MAMALab)’이라는 천연화장품 브랜드를 ‘런칭(launching)’했다. 김 대표는 “브랜드 이름들은 아이를 위한 엄마 마음을 담아 좋은 천연 원료로만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새벽’은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초창기엔 다른 회사가 요청하면 제품을 연구ㆍ개발해주는 일도 많이 했지만, 현재는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과 환경에 위해(危害) 줄인 천연제품

김 대표는 자신의 아이들 때문에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토피와 여드름이 심했고, 병원을 다녀도 낳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 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수업을 들었다. 이때 큰 흥미를 느껴 전문가 과정 강의를 찾아 들었고, 직접 제품을 개발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는 아로마 테라피 전문가 자격증과 천연 비누ㆍ세제 교육 강사 자격 등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천연 화장품과 세정제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판매한다. 천연 원료로만 화장품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파라벤(방부제용), 인공 합성 오일, 석유계 오일, 인공 향, 합성 계면활성제, 벤조익계 화합물을 화장품에 넣지 않는다. 이 원칙엔 사람과 환경에 주는 위해(危害)를 최소화해 건강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김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다.

아울러 동물 실험을 반대하며, 한국산 원료를 사용하려한다. 현재 ‘새벽’이 만드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담양 대나무 추출물, 강화도 약쑥과 순무, 백령도 다시마, 한국산 편백나무 오일 등이다. 김 대표는 인천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다고 했다. 강화도 약쑥의 향이 너무 강해 화장품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마스크팩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인기가 가장 좋은 제품은 편백 제품이다. 편백나무 오일은 해충과 곰팡이 등을 억제하는 피톤치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있다. 또, 2014년 산림청 연구에 따르면, 편백나무 오일이 각종 피부질환과 아토피에 뛰어나다. 이에 ‘새벽’은 새집 증후군 예방 효과가 있는 편백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신생아와 임산부를 위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아무리 천연향료라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어 조심해서 사용해야한다. 그래서 다양한 향을 쓰지 못하는 게 김 대표의 고민이다.

“영아들은 호흡할 때 향이 뇌에 들렀다 간까지 가, 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향도 각각 가진 단점이 있다. 따라서 임산부와 3세 이하 영아 제품은 무향으로 만들었다. 유아 제품은 천연향료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소비자 건강을 고려해 원료를 생각하면 대중적 제품은 만들기 어렵고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경력보유여성, 한부모가정, 미혼모, 주부들에게 화장품 전문 강사 자격을 무료로 교육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경력보유여성, 한부모가정, 미혼모, 주부들에게 화장품 전문 강사 자격을 무료로 교육했다.

취약계층 천연화장품 DIY 강사로 양성

김 대표는 사업 시작부터 취약계층 고용 환경을 많이 고민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런 게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창기에 이주여성들을 고용해 회사를 꾸려나갔다. 직원들을 천연화장품 전문가로 양성해 취약계층에게 교육할 수 있는 강사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이주여성을 화장품 전문 강사로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경력보유여성과 고령자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직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모임에서 경력보유여성, 한부모가정, 미혼모, 주부들에게 화장품 전문 강사 자격을 무료로 교육했다. 아울러 지난해 서구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약해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강사로 양성하고 있다. 여기서 만난 다문화가정 주부를 보조강사로 데리고 다니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가 취약계층 여성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의 경험과 관련 있다. 그 또한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너무 힘들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이 돌봄을 지원해주면, 취약계층 여성들도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취약계층은 지원을 받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화장품 DIY(do-it-yourself) 강사 교육을 받으면 방과후강사 등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 영국 등 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키워준다. 한국은 저조한 출생률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았으면 사회에서 같이 키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김 대표는 미혼모 가정에 ‘새벽’ 제품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제품을 한 개 사면, 자동으로 한 개를 미혼모 가정에 기부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이렇게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행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한 기관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김 대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한 기관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김 대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동구노인복지관에서 수업을 했는데, 70~80대 노인들이 비누를 만들어 가져가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어떤 할머니는 김 대표 손을 잡고 “매우 재밌었고, 감사하다”며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홍콩 등 해외 박람회를 다니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외 사회적기업들과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나누기 위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어려움은 있지만, 천연향수 등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새벽’ 제품은 자체 홈페이지(http://www.ecosb7.com/)와 인천e몰, 스마트스토어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손소독제 대란이 났을 때, ‘새벽’은 소독제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외품업체가 아니어서 못 팔았다. 의약외품은 ‘질병 치료와 예방’ 관련된 제품으로 프랑스와 미국 같은 경우는 손소독제 대란을 막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반 업체들도 손소독제를 만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다 같이 합심하면 손소독제 대란도 빨리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한계가 아쉽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더 키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사 탁아소도 운영해 이들의 아이들도 돌보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사회와 환경,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바람이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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