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나는 부평사람이다. 십 오년 째 부평에서 살고 있으며 부평에서 태어난 두 딸아이도 부평이 길러야할 부평사람이다. 일제와 미국의 병참기지에서, 매캐하고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던 공장굴뚝으로, 아스팔트를 비집고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지금의 부평까지. 그래서 나는 내일의 부평 모습을 그린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발전으로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유엔(UN) 인간환경선언이 나왔다. ‘환경보호와 개선은 인간의 복지와 경제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세계인의 절박한 염원이고 모든 정부의 책임’이라는 결의문이 채택된 것이다.

이후 환경권은 생존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제35조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환경권은 좁게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등 건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 권리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속에서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 즉 행복추구권까지 포함하는 권리이다.

만월산에서 발원하는 본류를 비롯해 지류인 구산천, 동수천, 산곡천, 세월천, 청천천, 목수천 등 굴포천은 예로부터 부평의 생명줄이며, 부평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었다. 요즘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 굴포천 복개주차장의 운영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도 부평사람들의 생존권적 기본권인 환경권과 부평의 미래설계라는 의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할 것이다.

굴포천은 자연형하천 공사가 끝났지만 반쪽짜리이고, 상류 3.5km는 대부분 복개돼 주차장과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2006년 인천녹색연합 조사결과, 복개구간의 67%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대체 주차 공간, 대중교통 활성화, 걷기 편한 도시 조성 등 대안이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많지 않은 예산으로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특히 복개구간의 연접지에는 부평공원, 부평미군기지, 무허가 건물 등이 위치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복원계획을 수립해야하는 하천으로 결론을 내렸다.

작년 말 부평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녹색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인 인천도시대학이 열렸다. 전체 참가 5개 팀 중 2개 팀이 각각 ‘굴포천 그린네트워크 만들기, 굴포천 문화벨트 만들기’ 등 굴포천을 주제로 하는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미 많은 부평사람들이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부평을 위해 굴포천 복원과 문화 발굴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역주민, 전문가, 공무원과 정치인 등으로 구성된 팀에서는 ‘이 대로(大路)가 좋으십니까?’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모두가 굴포천 복원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에 동의했고 복개주차장을 정기적으로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청소년문화거리, 주민여가 공간, 나눔장터 등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부평미군기지 디아르엠오(DRMO: 주한미군 재활용센터 또는 폐품 처리소) 부지에 대한 반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부평미군기지 활용과 굴포천 복원을 통한 부평의 미래설계는 지금이 최적기인 셈이다. 예산문제 등으로 당장 복원공사를 시작할 순 없겠지만, 지금부터 굴포천을 자동차에게서 사람들에게 돌려줄 고민을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에 생명의 숨결을 이으려고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도심의 물길을 복원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가 점령한 주차장을 주말과 휴일만이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초록장터와 문화나눔터 같은 소통과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단지 물길만을 되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로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되찾는 의미인 것이다. 굴포천은 원래 우리 어머니들이빨래하고 마실가던 곳이며, 아이들이 멱을 감고 썰매 타던 곳이었다.

나는 상상한다. 비보이 공연과 길거리농구로 열광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나는 기대한다. 자전거, 유모차와 휠체어 등 보행약자에게도 너그러운 초록장터의 넉넉함을.
나는 확신한다. 그때가 되면 부평의 생명줄인 굴포천 물길이 온전히 되살아날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몇몇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의 부평이 돈을 모아 떠날 사람들이 아닌, 뿌리내리고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터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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