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지난 6월, 천안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9세 아동을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감금하고 그 가방 위로 올라가 수차례 뛰고 숨쉬기 힘들다고 호소하는데도 가방 안으로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까지 넣었다고 한다. 가해자가 아동에게 했던 행위는 거짓말을 고치기 위한 훈육이었을까, 거짓말을 징계하기 위한 체벌이었을까?

2018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4604건 중 1만9365건(78.7%)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 1만8919건(76.9%)이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는 부모이고, 그들 대부분이 ‘아이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훈육’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아이의 친권자이기에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 사용한 폭력은 정당하다고 항변한다.

현행 민법 915조에는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훈육을 위해 자녀를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부모에게 있음을 민법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징계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자녀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오인돼 민형사상 면책 항변 사유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각한 아동학대 범죄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각계각층에서 민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지난해 5월 발표한 ‘포용 국가 아동 정책’에서도 ‘징계권’이란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어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 설정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징계권은 단순히 체벌 권한 만을 규정한 게 아니라,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도 담고 있어 징계권을 삭제하면 자녀 훈육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징계권 삭제는 아동이 부모의 권리 행사 대상이 아닌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선언하는 것이지 자녀 양육에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민법 913조에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915조 삭제가 부모의 보호 교양의 권리 의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1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사단법인 두루 등 아동단체와 양이원영 의원, 신현영 의원이 함께 민법 징계권 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징계권 조항 삭제와 더불어 “당사국 영토 내 모든 환경의 ‘간접 체벌’과 ‘훈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라”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체벌 금지조항을 명시해야할 때이며, 징계권 삭제는 우리 사회가 나쁜 관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가족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민법 915조 삭제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다시는 학대로 인해 고통 받고 세상을 떠나는 아이가 없기를 바란다면, 지금 바로 바꿔야한다. Change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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