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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㉕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직원 13명 중 장애인 11명…‘나도 일할 수 있다’는 성취 중요
“장애인 단순 지원할 게 아니라, 생산품 공공구매 늘려야”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이 세상은 문자로 이뤄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를 봐도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문자로 이뤄진 글을 인쇄하는 데는 종이와 잉크 등이 필요하다. 장애인을 고용해 토너와 복사용지 등을 생산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이하 협회) 오에이(OA)사업장(대표 이인선)이다.

협회는 그린케이(Greenk)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토너 카트리지와 복사용지를 주로 생산해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나라장터ㆍ학교장터ㆍ인터넷쇼핑몰 등에서 판매된다. 국내 90여 곳에 지점도 두고 있다. 그중 2004년 9월에 만들어진 인천 계양구 지점은 2009년 11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인선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오에이사업장 대표.
이인선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오에이사업장 대표.

협회는 폐 토너 카트리지를 수거해 다시 제조해 판매한다. 이 대표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폐 카트리지가 많은데, 이는 엄청난 자원 낭비”라며 “우리 토너는 재생산되는 제품이라도 품질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들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도 받았다.

직원 13명 중 11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지체ㆍ청각ㆍ뇌병변 장애 등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있다. 협회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은 물론 4대 보험과 퇴직연금을 보장한다. 이에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3년을 넘었으며, 15년간 근무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 속도가 느리다 보니 10명이 비장애인 1명이 할 일을 한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보니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직원들이 사소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자랑하할 때, 가족처럼 친밀감도 느끼고 있다.”

이 대표는 초대 대표였던 남편의 건강이 악화돼 3년 전부터 회사를 경영했다. 남편은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어려운 처지에 장학 혜택을 받으며 살다보니 사회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고, 그러기 위해 협회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종종 한다. 그래도 회사를 설립한 취지와 추구하는 가치를 생각하면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설립 취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인데, 우리가 그만두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계속 경영하고 있지만, 사실 힘든 상황이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오에이사업장에서 15년간 일한 이모 씨가 카트리지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오에이사업장에서 15년간 일한 이모 씨가 카트리지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나도 일할 수 있다’는 성취감 중요

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사는 ‘공존공생’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익이 발생하면 직원들과 나눈다. 급여 이외에 상여금이나 휴가철 휴가지원금을 받으면 좋아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이 대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직원들 근속년수가 높은 이유도 직장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성취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갖는 게 중요하다. 장애인이라도 각자 특화된 부분이 있다. 청각장애인 2명은 계산하는 것을 굉장히 잘하고, 가장 오래 일한 직원은 정밀 검수작업 전문가다.”

협회에서 15년간 일한 이모(38) 씨는 “열아홉 살부터 일을 시작해 토너 카트리지 총 책임관리자이자 마무리 검수작업을 맡고 있다”며 “내가 만든 제품이 팔릴 때 뿌듯하다. 일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더 힘들어졌지만, 이 대표는 경영진보다 직원들의 월급을 먼저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경영진의 마음을 아는 직원 부모들이 종종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가장 뿌듯하다. 이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 마음을 안다”며 “남편의 회사 경영을 처음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인천지점은 그린케이(Greenk)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토너 카트리지와 복사용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인천지점은 그린케이(Greenk)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토너 카트리지와 복사용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장애인 단순 지원 아닌, 생산품 공공구매 늘려야”

공공기관은 법적으로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제품과 서비스를 전체 구매 금액의 1% 이상 우선 구매해야한다. 협회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운 와중에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쓰는 공공기관을 보면서 이 대표의 마음은 무너진다.

아울러 장애인을 고용하면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분기별로 1인당 20만~3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이 대표는 지원해주는 것은 좋지만, 직원들에게 매달 인건비를 주는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했다. 오히려 공공기관에서 공공구매를 많이 해주는 것이 장애인 고용을 늘려 이들의 자립을 돕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장애인 가정은 대부분 가난해 이들이 자립해 살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 한 명 뽑는다고 공고하면 10명에서 20명까지 지원한다. 어떤 부모는 돈을 안 줘도 되니 일을 시켜달라고 했다. 집에서 돌볼 여력이 부족하니 밖에서 교육이라도 시켜달라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많이 뽑고 싶지만, 회사에서도 이익을 창출해야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다. 공공기관이 생산품을 많이 사줘야 이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다.”

또한, 이 대표는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공공기관의 구매를 연결해주고 있지만,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회는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기존 제품 외에도 더 많은 제품을 개발ㆍ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허리운동을 할 수 있는 의자와 간이침대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3D프린트로 골프 퍼팅기를 제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고용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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