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다나카 히로노부 지음|박정임 옮김|인플루엔셜 출판|2020.5.15.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재미있는 글은 별로 없다. 왜 글을 쓸까? 돈 벌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러나 오로지 글만 쓰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24년이나 카피라이터로 살다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이가 쓴 글쓰기 책 덕분이다. 이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며 거침없는 지은이는 한마디로 ‘내가 즐거워지려고 쓴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었는데 하나도 재미없을 때다. 나 같으면 이렇게 쓰지 않겠다, 이러저러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할 터다. 이런 마음이 글을 쓰게 하는 법이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을 쓴 다나카 히로노부는 딱 이 한마디를 전하려고 자기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고 글 써온 내력을 풀어놓는다. 가르쳐주려고 글을 쓰면서도 무게를 전혀 잡지 않는다.

농담하듯, 수다 떨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사람, 얼마나 재치 넘치고 너스레를 잘 떠느냐 하면, 글쓰기의 비결을 일러주고는 ‘다 읽은 다음 그 부분만 뜯어내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재활용쓰레기로 버리란’다.

제발 중고책 시장에 팔지 말고. 이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면 읽어보고 일러주는 대로 따라해볼 만하다. 아, 근데 이 사람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쓰면서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 다른 이가 읽기도 전에 혼자 낄낄대고 흐뭇해하는 표정이 떠오르니 말이다.

지은이는 에세이 쓰는 요령을 일러준다. 에세이는 사상(事象)과 심상(心象)이 교차하는 곳에 생긴 문장이란다. 좀 어려워 보이는 사상이란 말은 보고, 듣고, 읽고, 겪은 것을 가리킨다. 심상은 그것 때문에 마음이 움직여서 쓰고 싶은 기분이 생겨난 것을 이른다. 한마디로 느낀 바, 깨달은 바로 보면 될 성싶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광고작업하면서 알게 된 것을 글쓰기에 적용한다.

바로 “객관적 자세로 대상을 대하는 것, 대상을 조사하고 파악하는 것,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 전달할 내용을 응축해서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엇보다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타인도 재밌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천만 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피부로 느끼는 것”을 강조했으니, 일관성 있어 좋다.

전업으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됐으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특히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해서 사니 얼마나 좋을까, 하고 오해한다. 지은이는 단호하다. 작가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데,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글쓰는 직업이 수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이다.

특히 다른 글쓰기 입문서를 볼라치면, 무엇을 썼는지가 중요하다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 대부분은 누가 썼는지를 더 중요시한다. 왜 아니겠는가. 유명한 사람의 글을 읽고 싶지, 그 반대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문할 터다.

돈도 되지 않고 누가 읽어주지도 않는데 왜 그 짓을 하느냐고. 지은이의 대답은 일관되니, “한밤중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허리통증을 견뎌가며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고, 자신이 쓴 글에 스스로 조금 웃는 것.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의 생활”이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짝 긴장하고 들을 말도 있다. 글 쓰는 능력이 빨리 안 늘어난다고 투덜거리거나 쓰기가 아주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사람한테 딱 들어맞는 말을 했다. 성공한 기업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열 번째 상품에서 겨우 성공했거나, 회사를 다섯 번이나 말아먹은 다음에 어렵게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패를 맛봐야 실력이 늘어나는 법이다.

다음은 또 일관성 있는 말. 성공한 기업인은 대체로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분야에 뛰어들었고, 지금껏 없던 것으로 궁극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 지은이는 말한다. “글을 쓰는 일은 혼자 운영하는 벤처기업과 같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도대체 지은이가 털어놓은 글 잘 쓰는 비법은 무엇이냐고 채근하지 마시라. 제목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그딴 건 없다고. 정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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