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㉔ (주)퓨전국악단 구름

청소년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국악교육
“국악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뷰티풀!” “원더풀!” 외국인들은 우리 국악을 들으면 아름답고 굉장하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외국에서 우리 국악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우리의 자부심이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우리 국악을 알리고 교육하는 사회적기업이 인천에 있다. (주)퓨전국악단 구름(대표 김정화)이다.

김정화 (주)퓨전국악단 구름 대표.
김정화 (주)퓨전국악단 구름 대표.

‘구름’은 인천 연수구 송도글로벌캠퍼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재 직원은 4명. 국악 교육과 퓨전국악 공연을 중점 사업으로 벌이면서 국악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정화 대표를 비롯해 직원 모두 전통악기 연주자다.

김 대표는 무형문화재 제9호 대금장 이수자로, 40년 가까이 이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장선생님께 단소를 배우면서 국악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엄마와 할머니는 뱀 나온다고 단소를 못 불게 했지만, 소리가 매우 좋아서 이불 속에서 몰래 연주하곤 했다”며 “중학교 때 단소반에서 활동했고, 대학에서 대금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국악사랑은 다른 국악인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국악인들은 봉급이라는 게 없는 프리랜서다. 처음에 꿈을 갖고 국악의 길을 걷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는 “처음에 동아리 형태로 국악단을 만들었는데, 국악 전공 학생들 수입이 월 70만 원 정도였다”며 “후배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음악다운 음악을 할 수 있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싶어 ‘구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구름’은 2012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5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구름’이라는 이름엔 국악인들이 구름처럼 자유롭고 행복하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김 대표의 소망이 담겼다.

김정화 대표는 무형문화재 제9호 대금장 이수자로, 40년 가까이 국악길만 걸었다.
김정화 대표는 무형문화재 제9호 대금장 이수자로, 40년 가까이 국악길만 걸었다.

청소년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국악 교육

‘구름’은 청소년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단소ㆍ대금 등 전통악기 연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생들은 전통음악뿐 아니라 트로트ㆍ팝송ㆍ대중가요까지도 배울 수 있다.

‘구름’은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6월에 창단했으며, 국악을 사랑하는 청소년 40명으로 구성돼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으로 이뤄진 이 관현악단은 매주 토요일 대금ㆍ해금ㆍ가야금ㆍ타악기ㆍ피리 등을 배운다. 1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열며, 요양원과 의료원 등에서 한 달에 한 번 봉사공연을 한다.

이들은 국악 교육만 받는 게 아니라, 모금한 돈으로 매해 말마다 연탄봉사를 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국악을 하는 데 건강한 인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교육 후 가족에게 편지를 쓰게 해 가족과 소통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매주 토요일 교육 때 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에게도 무료교육을 한다. 김 대표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너무 무료해 보여 무료 국악교육도 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장윤정의 트로트를 연주하게 했는데, 아이들보다 더 즐겁게 배우셨다”고 말했다.

‘구름’은 송도글로벌캠퍼스 외국인 대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난타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퓨전음악단 구름)
‘구름’은 송도글로벌캠퍼스 외국인 대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난타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퓨전음악단 구름)

‘구름’은 송도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외국인 대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난타수업을 하고 있다. 주말에 갈 곳이 많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주말 기숙사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수업을 더 좋아한다. 관현악단에 속해있는 외국인 대학생들도 있는데, 이들은 한국 청소년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교류한다. 김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국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다고 했다.

아울러 ‘구름’은 주부들을 위한 다이어트 난타와 사물놀이 교육, 초등학생 단소 교육, 자녀 양육에만 신경 써온 어른들을 위한 국악 교육 ‘제2여정 프로그램’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을 무료로 하는 이유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많은 이에게 국악 교육을 하는 만큼 보람된 순간이 많다고 했다. 우울증을 앓은 여성이 난타를 배우면서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소리는 심장 소리와 비슷하며, 반복적인 리듬 운동을 할 때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치매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구름’이 운영하는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이 공연하고 있다.(사진제공ㆍ퓨전음악단 구름)
‘구름’이 운영하는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이 공연하고 있다.(사진제공ㆍ퓨전음악단 구름)

“국악인들의 공연 기회 더 많아지길”

‘구름’은 교육청과 연계해 학교에서 난타와 사물놀이를 가르쳐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학 일정이 연기되면서 이런 수업이 없어졌다. 게다가 공연도 취소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다. 5월까지 월수입이 30만 원이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인건비도 줘야하는데 돈을 벌 구실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더 줄었지만, 애초 국악 교육과 공연 기회가 적은 게 국악인들이 힘든 이유”라며 “기관에서 나서서 공연 기회를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어려움과 바람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국악을 교육하면서 국악 연주를 대학 전공으로까지 생각하는 학생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마다 국악의 길은 워낙 힘드니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국악인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 길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악단 10개가 만들어지면 11개가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고 현실 상황을 들려줬다.

‘구름’이 국악 교육을 나가면 이런 공연을 보고 싶은데 어디서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종종 있다. 국악을 알면 좋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공연을 찾는다. 그러나 볼 수 있는 공연은 거의 없다. 국악을 보존하려면 국악인을 살려야하고, 그러려면 국악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한다. ‘구름’은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공연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늘기를 바라면서.

김 대표는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지원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구름’은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하는 ‘스케일 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기업 운영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 역량 강화 교육으로,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교육들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너무 힘들 때는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열 번은 한다. 그러나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마음과 국악을 보급하고 전수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배우러오는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고,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악단을 처음 운영할 때부터 국악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변함없다”며 “우리 국악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더 널리 알려져 국악을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포부이자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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