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연대, “‘성 경험 많았다’며 고인에게 강간 책임 물어”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 중학생이 성폭력 피해 등으로 인해 투신한 사건을 다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이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여성연대는 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추홀구 중학생 투신사건’ 피고인 3명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피고인 측 변호인의 2차 가해를 문제 삼았다.

인천여성연대가 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미추홀구 성폭력 피해 중학생 2차 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여성연대가 2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미추홀구 성폭력 피해 중학생 2차 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년 7월 미추홀구에서 여중생(15세)이 투신해 숨진 일이 발생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고인이 죽기 전 A씨에게 ‘과거 B씨로부터 유사 강간을 당했다’고 피해 사실을 말했고, A씨가 ‘피해 사실을 소문내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이를 빌미로 강간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A씨를 강간 혐의로,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고인과 연인관계였던 C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유족 측은 C씨가 고인에게 ‘왜 나와는 성관계를 하지 않느냐’라고 조른 일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 재판에서 A씨와 B씨는 실형을, C씨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피고인 3명은 항소했으며, 8월 7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인천여성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이 ‘피해자는 성 경험이 아주 많았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고, 당시 자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강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려했다”고 지적한 뒤 “변호인은 성범죄를 판단할 때 성 경험 유무를 따지며 시대착오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변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의 변호인이 ‘(피해자와 가해자는) 서로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친숙한 사이였기 때문에 소문낼 리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A씨의 목적은 친밀함이 아니라 성폭력을 통한 성 착취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천여성연대는 “변호인의 이러한 반인권적 주장이 반영돼 형량이 줄어든다면 재판부의 권위와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라며 “범죄에 합당한 판결이 내려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성 경험이 많았고, 성관계에서 주도적ㆍ개방적이었다’는 말로 고인을 2차 가해하는 것을 멈춰 달라”며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고인에게 돌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