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시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방향은 ③
요양서비스노동자 월 200이하에 코로나19로 해고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정규직 고용에 생활임금 적용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시는 인천복지재단 안에 사회서비스원추진단을 설립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시범사업 이후 11월에 인천복지재단과 사회서비스원을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사회서비스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이 잘 참여하지 않는 복지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면 간병ㆍ가사ㆍ간호ㆍ보육ㆍ노인요양 서비스와 아동ㆍ장애인을 위한 교육ㆍ문화ㆍ환경 관련 서비스를 말한다.

이러한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해 서비스의 질과 서비스 제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하려는 것이다. 시는 사회서비스원추진단을 설립해 올해 시설 6곳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종합재가센터 2곳과 국공립 어린이집 1곳, 공공센터 3곳이다.

시가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의 사회복지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공공센터는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을 책정한다. 이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한 종합재가센터 소속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남인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제4조 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된 고용이 보장될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조사 결과 일부. (자료제공ㆍ전국요양서비스노조 인천지부)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조사 결과 일부. (자료제공ㆍ전국요양서비스노조 인천지부)

요양서비스 노동자 기본임금 200만 원도 안 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인천지부(이하 노조)는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담보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으며, 요양원이나 주야간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현실도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노조는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요양서비스 노동자 560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요양원 500명, 주야간보호센터 30명, 공동생활가정 30명을 대상으로 휴게 공간과 시간, 야간 휴게시간 현황, 임금 등을 조사했다.

주야간보호센터 노동자들의 임금 현황을 보면, 180만 원 이하가 40.7%, 180만~200만 원이 40.7%를 차지했다. 200만 원 이하가 80%를 넘었다. 200만 원 넘게 받는 경우는 18.5%를 차지했다.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요양원과 공동생활가정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비슷하다. ▲180만 원 이하 11.3% ▲180만 ~190만 원 29.2% ▲190만~200만 원 31.4%다. 응답자 중 약 72%가 200만 원 이하를 받는 상황이다. 200만~210만 원 16.9%, 210만~220만 원 8.9%로 나타났다.

요양서비스 이용자의 기피로 휴업ㆍ실업 상태에서 생계대책이 없는 경우.(자료제공ㆍ전국사회복지유니온)
요양서비스 이용자의 기피로 휴업ㆍ실업 상태에서 생계대책이 없는 경우.(자료제공ㆍ전국사회복지유니온)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에 직격탄 맞아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비대면이 증가하면서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은 고용에 직격탄을 맞았다. 노조는 6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재가방문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은 가정을 방문해 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정방문 중지 요청이 많아,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사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요양서비스 노동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면 해고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던 지난 4월, <인천투데이>가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이용자의 서비스 기피로 한 달 동안 전혀 일하지 못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고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은 3월 4일부터 9일까지 요양서비스 노동자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총 2184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는데, 서비스 이용 기피로 일하지 못한 노동자가 17.9%를 차지했고, 이들 중 생계대책이 없는 경우가 98.4%에 달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중점으로 둘 건 고용안정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11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한다는 요구가 크다.

고정임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과 이미영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인천지부장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을 때 가장 필요한 건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회장은 “민간에서는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이 철새처럼 일을 찾아다니며 이동하고 있다”며 “고용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민간에서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은 보통 3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을 책정해 일한다”며 “하루 한 타임(=3시간) 일하면 월 70만 원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더 하기 위해 시설을 옮겨 다니는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고 회장은 “고용안정은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된다”며 “언제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누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용 불안을 지적하며 ▲월급제 시행 ▲적정임금 보장 ▲정규직 고용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강서종합재가센터.(사진제공ㆍ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강서종합재가센터.(사진제공ㆍ서울시사회서비스원)

“현재 가장 모범사례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이 지부장은 현재 운영되는 사회서비스원들 중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노동자 처우 개선의 모범 사례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기본적으로 정규직 채용에 생활임금을 적용한 월급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하루 두 타임(=6시간)씩 뛰어도 일한 시간만 시급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월 130여만 원밖에 안 된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두 타임에다 이동시간 2시간까지 하루 8시간 근무를 보장해주며, 이를 월급 220만 원가량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근무하는 A씨는 “업무 특성상 이용자와 매칭되지 않아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며 “월급을 제대로 받고 연차ㆍ공가ㆍ병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시급제로 월급을 받을 때는 연차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했지만 고용이 안정돼있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민간에서 일하던 많은 요양서비스 노동자가 해고됐다고 들었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정규직 채용이기에 서비스 이용자가 거부한다고 해서 해고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년에 관해 논의하는 중”이라며 “60세부터 63세까지는 노동환경과 월급은 동일하지만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방식인데, 이를 65세까지 연장하고자한다”고 말했다.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은 대개 고령인데, 60세 정년은 이르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논의다.

A씨는 “민간의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이 많이 부러워한다”며 “월급제와 정규직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요양서비스 노동자 처우 개선에서 사회서비스원은 사실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민간 견인하는 표준모델 돼야”

고 회장은 “민간에 요양서비스 노동자 임금 가이드라인이나 표준모델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서비스원이 표준모델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11월 출범 예정인데, 현장과 논의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재가센터의 서비스 이용자 확보 문제 등은 현장과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지부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2주에 2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요양서비스 노동자가 오지 않고, 다른 시설로 이용자를 보내려 해도 받지 않는다”며 “공공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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