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슬레이트미디어 창립한 20대 청년들
“어리다고 실력까지 의심하진 않았으면”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상이라는 콘텐츠가 거대한 산업이 된 지금, 인천에서 영상산업의 미래를 키워가는 20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인천과 함께 성장하면서 인천의 가치를 영상에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대부분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이들은 인천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 3월, 청년 2명이 열악한 영상제작 환경을 직접 개선하고 싶어 (주)슬레이트미디어를 창립했다. 지금은 직원이 5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비디오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영상을 제작ㆍ공급하고 있다.

(주)슬레이트미디어는 비디오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영상을 공급하고 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부터 대학에 진학하면서 인천에 처음 온 사람까지, 이들은 인천을 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지만 마음은 같다. 정당한 보수를 받으며 일반 회사원처럼 일하고 있으니, 청년들끼리 만든 작은 동아리처럼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당당히 말하는 강윤석(23) 대표, 황성민(23) 마케팅 팀장, 김영초(23) 콘텐츠 팀장, 윤지원(20) 사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직책 상관없이 이름 뒤에 ‘님’자 붙여 호칭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은 같은 조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서로 관계와 체계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굉장히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몸에 배어있다.

강 대표는 “대표, 팀장 등 직책으로 절대 부르지 않는다. 직책은 직책일 뿐이다. 서로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호칭한다.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한 뒤 “팀장들이 모두 나이가 같다. 나이가 같아도 반드시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고 말했다.

(주)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은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한다.

수평적 체계 속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소통이 자유롭고 관심사가 비슷해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한다. 그러다 보니 공사(公私) 구분이 어려워져 발생하는 문제가 간혹 있다”고 했다.

이에 황 팀장은 “그래도 전체적 분위기는 굉장히 밝다. 서로 에너지가 넘쳐 쳐지지 않는다. 같은 나이대로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고 공감대 형성이 잘 돼있다. 정말 안 풀리면 강 대표가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한다”고 덧붙였다.

슬레이트미디어는 매주 금요일엔 ‘네트워크 데이’를 진행한다. 놀면서 일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네트워크 데이’에는 다 같이 전시회 등을 다니며 아이디어를 나눈다.

“어리다고 실력도 의심하는 사람 많아”

회사 안에선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합심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와 마주하는 사회는 20대 청년에게 높은 벽과 같다. 어리다는 이유로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고,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며 무턱대고 비용 할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윤 사원은 “20대 초반인 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도 많았다. 그런데 의문 뒤에 따라 붙는 성취감은 남달랐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일을 구하기 위해 영업을 다니다보면, 어리니까 영상 제작기술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둥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실력을 의심하는 게 가장 속상하다”고 한 뒤, “최소한으로 받아야하는 비용마저도 깎으려 든다. 그건 이쪽 업계에선 터무니없는 금액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어리지만 실력만큼은 자부한다. 정가대로는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이든 직원을 채용해볼 생각이 없었냐는 질문엔 “대표인 나도 아직 졸업을 안 했다. 그래서 처지를 안다. 어리다고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는 것이 너무 싫다. 최소한 우리 직원들은 그런 아쉬움이 없게 하고 싶다. 지금 직원들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윤 사원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매우 감사하다. 내 것을 제안하고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은 다른 곳에선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다”라며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은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다. 빨리 졸업해 회사와 내 일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주)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이 영상을 편집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주)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이 영상을 편집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영상은 기획ㆍ촬영ㆍ편집 모두 중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선 기획ㆍ촬영ㆍ편집 등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좋은 결과물을 내오기 위해선 모두 중요한 과정이다. 통상 기획ㆍ촬영ㆍ편집 분야를 나눠 작업하지만, 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은 모두 멀티플레이어를 자임한다.

강 대표는 “협업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밤을 새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나오는 결과물에 모두 뿌듯해한다. 우리끼리 ‘자기만족 예술인’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업체는 완벽한 분업화를 이루고 있다. 자신이 맡은 분야가 아니면 잘하려고 욕심 내지 않는다”고 한 뒤, “우리는 기획ㆍ촬영ㆍ편집을 다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들이 모여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우리는 기획자가 됐다가 촬영피디도 되고, 자막ㆍ편집 등 후반 작업을 맡기도 한다”며 “그래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로 촬영기법을 가르쳐주고 배우기도 하고, 편집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역할 분담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 가끔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때가 있다. 서로 모든 분야를 함께 신경쓰다보니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특히 편집 과정에서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서로 더 많은 얘기를 하며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야근의 생활화도 단점 중 하나”라고 하자, 김 팀장은 “회사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야근이라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학교 다니면서 휴학하고 일을 한다. 정말 꿈만 보고 사는 사람이다. ‘깡’이 좋다”고 받아쳤다.

(주)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왼쪽부터 황성민, 윤지원, 김영초, 강윤석)
(주)슬레이트미디어 직원들.(왼쪽부터 황성민, 윤지원, 김영초, 강윤석)

“매력적인 도시 인천, 영상에 많이 담겠다”

강 대표와 윤 사원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김 팀장은 인천의 옆 동네라 할 수 있는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가 인천으로 온 지 10년이 됐다. 김해 골짜기에서 온 황 팀장은 송도국제도시를 보고서 인천의 매력에 빠진 지 1년 2개월이 됐다.

인천에서 지낸 세월은 각기 다르지만, 인천에 대한 애정은 모두 크다고 자부한다. 인천에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그 애정들을 영상에 담고 싶다는 의지는 모두 강하다.

황 팀장은 “김해에 있을 때 ‘인천은 서울의 바다’로 알고 살았다. 그런데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인천이 서울에 많이 가려져있다고 생각했다”며 “인천만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신도시뿐 아니라 원도심의 아기자기함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부천에서 인천으로 처음 올 때 정말 싫었다. 부천에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천으로 오니 인천에 훅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다”며 “청라에 살고 있는데, 어릴 땐 동인천에 자주 놀러갔다. 뭉클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성적으로 동인천이 가장 끌린다. 우리나라에서 동인천만한 포근함을 느낀 곳이 많지 않다. 동인천에 대한 내 감정을 몽땅 영상에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사원은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집순이라 어디 밖을 나가보지 않았다. 인천 섬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 뒤 “얼마 전 옹진군 영흥도에 있는 목섬을 가봤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져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요즘은 그곳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하면 주안ㆍ부평 등 도심만 생각했는데,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 많다는 것을 이 때 알았다. 인천 섬을 꼭 알리고 싶다”며 “서울 아랫단계로 생각되는 경우가 없게 하고 싶다. 인천 하면 떠오르는 확실한 콘텐츠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인천에 대한 애틋함이 크다. 인천에서 나를 비롯한 청년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뒤 “인천에 청년이 많다는 것, 우리가 열심히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인천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 중에 영상을 열정적이고 진정성 있게 제작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기회가 되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 인천엔 영상장비 대여업체도 없다. 우리가 인천에서 그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바람이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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