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야야야, 큰일 났어! 교육청에서 갑자기 1800만 원을 토해내래.” 지난달 어느 날, A는 경기도 영양교사인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별안간 ‘화려’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사회 초년생일 때 한 회사에서 3년간 영양사로 일했다. 집 앞 중학교에서 영양사를 구한다기에 그 이후 8년은 학교에서 급식을 만들었다. 틈틈이 교육대학원에 다녀 교원자격증을 받았다. 옮긴 학교에서는 기간제 영양교사로 2년을 일했다. 임용고사에 합격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는 정규직 영양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규직이 되기 전 A가 일한 경력은 모두 호봉에 반영된다. 기간제 영양교사로, 교원자격증 없이 회사에서 영양사로 일한 경력 모두 100% 인정된다. 그런데 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한 경력은 80%만 인정된다. 그러니 8년이 아닌 6년 4개월만 인정되는 셈이다. ‘영양사든 영양교사든 학교에서 하는 일은 같은데, 교원자격증이 기준일까? 그럼 회사에서 영양사로 일한 건 왜 100% 인정해주지?’ A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참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제 80%가 아니라 50%만 인정하겠단다. 게다가 그동안 호봉 예규를 잘못 적용해 30%를 더 준 거라며 이미 지급한 돈을 환수하겠단다. 당장 토해낼 목돈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깎일 임금에 잠이 안 온다. 50%면 학교 급식을 만들어온 8년 중 4년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보다 매달 2호봉씩 추가로 손해를 입고 차별받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20년은 더 일해야 하는 A는 눈앞이 캄캄하다.

이 일이 지금은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인천에서도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아찔한 상황은 영양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서ㆍ상담교사도 같은 처지다. 그게 다가 아니다. 다른 유ㆍ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 교사들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교육부가 호봉 예규를 개정해 5월 15일 시ㆍ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유치원교육 보조 경력이 있는 유치원 교사 ▲전산 보조 경력이 있는 초ㆍ중등 교사(전산) ▲과학실험 보조 경력이 있는 초ㆍ중등 교사(과학과) ▲전임 코치(체육) 경력이 있는 초ㆍ중등 교사 ▲특수교육 보조원 경력이 있는 특수교사까지 적용 대상이다. 현 정규직 교사는 물론 기간제 교사와 퇴직자도 해당한다.

이 사태는 정부가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위해 각 부처의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다. 가장 많이 삭감된 것이 교육재정인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지난해보다 7조 원 넘게 줄었다. 이 때문에 각 교육청이 영양ㆍ사서ㆍ상담교사 등의 인정 경력을 줄여 임금을 수백만 원에서 2000만 원 가까이 삭감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이런 조치는 위법하다. 개정 전 호봉 예규는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경력 반영 비율을 80%로 정한 것이므로 적법하고 유효하다.

따라서 개정 전 예규에 따른 호봉 반영과 보수 지급이 위법하다고 밀어붙이는 경기도교육청의 호봉 정정과 환수 조치는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 또한, 수년이 지나 새삼스럽게 환수 조치를 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된다.

노동의 대가를 빼앗는 임금 삭감은 ‘노동존중’과 상반되는 일이다. 노동존중을 강조하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조치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기간제 교사들이 먼저 싸움에 나섰다. 정규직 교사들도 함께 맞서야한다. 눈 뜨고 앉아 임금을 빼앗길 순 없다. (관련자료 http://bitly.kr/M7qbKvbwJ0 / 임금 삭감ㆍ환수 중단 서명 http://bitly.kr/q0v2fhkG5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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