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곳곳 방역봉사 나서는 산곡동 주민 안경현 씨
부평을 지키는 작은 영웅...“이웃 위해 뭐든지 하는 사람”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예상 밖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생활 모습을 크게 바꿨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긴 했지만, 다시 예전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하긴 아직 멀어 보인다. 그만큼 사람들의 표정엔 피로감이 역력하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작은 영웅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당연히 누렸던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실히 느끼는 요즘, 동네 이웃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가며 방역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 부평구의 안경현(71) 씨다.

인천 곳곳에서 스스로 방역봉사를 다니는 안경현 씨를 부평구 산곡동성당에서 만났다.
인천 곳곳에서 스스로 방역봉사를 다니는 안경현 씨를 부평구 산곡동성당에서 만났다.

지난 24일 안 씨를 산곡동성당에서 만났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자기 직원들과 함께 성당 곳곳을 기계로 소독하고 있었다. 벌써 이곳만 여러 차례다. 그는 산곡동성당 말고도 인근 산곡3동 성당과 청천교회, 인천 내 각종 초·중·고교를 찾아가 방역을 무료로 진행했다.

안 씨가 방역을 마쳤다고 밝힌 학교는 인천 내 초·중·고교 20여 곳이다. 안 씨는 이 외에 인근 식당도 합치면 30여 곳은 넘는다고 했다.

안 씨는 지난 5월 말부터 방역봉사를 시작했다. 학교·성당·교회 등 대중이용시설은 한 달에 한 번씩 지자체가 방역을 진행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그는 지자체 방역이 다녀간 한 달 사이 2주 차에 방역봉사를 진행한다. 물론 학교의 경우 모든 건물 곳곳을 다 하기엔 벅차니 위생이 특히 중요한 급식실과 식당을 중심으로 방역을 한다.

안 씨는 학교·호텔·병원·공장·식당 등의 각종 주방시설을 설계·시공하는 전문가다. 예전 학교 급식시설들은 대부분 재료세척실·전처리실·조리실·식품창고·소모품실 등이 분리돼있지 않아 비효율·비위생적인 점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2001년 학교 급식실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다.

그가 주로 학교 급식실에 애착을 갖고 방역 작업을 하는 이유를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짊어질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사업하는 사람들은 힘들죠. 어디 놀고 싶어도 외국도 못 나가고, 학생들은 학교도 못 가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성당·교회에서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나서게 됐습니다. 비록 큰일은 아닐지라도 모두가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방역을 하러 다닙니다.”

안경현 씨가 성당 방업작업을 하는 모습.
안경현 씨가 성당 방업작업을 하는 모습.

방역봉사 위해 도구 장만하고 시험까지 치러

사실 안 씨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의 봉사가 거창하게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방역한 한 식당의 주인이 고마운 마음에 사례비를 건넸다. 그는 사양했고 식당 주인이 안 씨의 미담을 퍼뜨리며 주변에 알려졌다.

방역 봉사에 나서는 게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보건소의 허가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안 씨는 수동 농약분무기만 갖고 있으면 될 줄 알았으나 보건소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방역작업을 위해 자동분사기를 장만했다.

그뿐만 아니라 필수교육과정도 이수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이에 그는 쥐·파리·모기·진드기·벼룩 등 해충과 관련해 방역 공부도 했다. 교재도 제공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통과점수를 넘겨 방역 자격을 갖췄다.

그는 천주교 가르침을 따라 애초부터 봉사활동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보통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아이들을 찾아가 도움을 준다. 과거 부평여자공고 지역운영위원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수학여행비와 졸업앨범비를 지원한 적도 있다.

안 씨의 한 이웃은 “안 씨는 마음을 비운 사람이며 남을 위해 하는 일은 뭐든지 하려 한다. 지역에서 길거리 청소나 교통정리를 도맡아서 하며 성당에서도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라며 그를 묘사했다.

방역의 모든 비용은 안 씨가 부담한다. 안 씨는 “내 인건비가 비싸긴 해도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 회사도 매우 바쁘지만 부담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너스레를 부렸다.

이어 “인생은 짧다. 사랑을 여럿에게 베풀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살아도 바쁘다. 앞으로 남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 것”이라며 "내 사업도 사업이지만, 코로나19가 소멸될 때 가지 방역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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