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모은 성금 88억 원으로 조성한 추모비
“연평포격 희생자, 어떤 죽음이든 잊어선 안 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을 위한 추모비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를 지난 21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연평면 연평리에 소재한 연평포격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께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당시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해병대 전사자 2명, 민간인 2명 등 4명이 사망하고 1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때 희생된 4명 중 민간인 2명은 포격 당시 연평도 내 군부대 병사용 막사 건설작업을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이후 사망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엔 정관계 주요 인사와 군 장병, 일반 시민 등 수천여 명이 조문했다. 반면, 인천 남동구 길병원에 차려졌던 고 김치백씨와 배복철씨의 장례식장은 텅 비어있어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정부와 인천시가 유가족과 협의 없이 장례 절차와 장소를 결정했다. 민간인 희생자는 홀대하는 것이냐”고 항의하며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의 조문을 거절하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가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가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옹진군에서 세운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안내판 역시 풀에 가려있다. 
옹진군에서 세운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안내판 역시 풀에 가려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사건 10년이 지난 2020년에도 민간인 희생자가 여전히 홀대를 받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군인 전사자 위령탑에 비해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는 가까이 보지 않으면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풀이 무성히 자라있다. 심지어 옹진군에서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임을 알리기 위해 세워둔 표지판도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추모비는 포격 이후 희생자 유가족과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모금한 성금 88억 원을 이용해 조성됐다. 사실상 국민들에 의해 세워진 추모비지만,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표지판을 세운 옹진군의 관계자는 “연평면 차원에서 가끔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관리주체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당시 국민 성금을 모아 인천시가 건립했지만, 보훈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 주체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원일 인천평화복지연대 평화사업국장은 “당시 포격으로 인해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그런데 어떤 죽음은 기억되고, 어떤 죽음은 잊혀지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연평도 포격이 우리에게 준 교훈도 잊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평도 포격 군인 전사자 위령탑은 관리가 잘 돼고 있다. 
연평도 포격 군인 전사자 위령탑은 관리가 잘 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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