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개원”↔“2024년 개원 없이 수익용 토지 없다”
주민들 “지난 2월 연수구ㆍ연세대 협약이 빌미 준 셈”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세브란스병원을 2027년에 개원할 계획이라는 연세대학교 측의 문서가 공개됐다. 강원모(민주, 남동4) 인천시의원 등은 2024년 개원 없이 상업용 토지 제공은 없다고 맞섰다.

송도 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송도 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세대는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토지 33만6600㎡(10만2000평)를 연세대에 공급하는 2단계 협약을 지난해 3월 맺었다.

2단계 협약은 연세대가 송도 7공구에 5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춘 세브란스병원을 2024년까지 준공ㆍ개원하고,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는 대신 11-1공구 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조건으로 인천경제청은 연세대에 공급하기로 한 토지 33만6600㎡(10만2000평) 중 19만8000㎡(6만평)을 조성 원가인 3.3㎡당 389만 원에, 나머지 교육연구용 토지 13만8600㎡(4만2000평)를 3.3㎡당 123만 원에 각각 공급하기로 했다.

토지 13만8600㎡의 조성 원가는 약 1634억 원인데, 연세대는 이를 약 516억 원에 공급받을 수 있어 약 1118억 원의 이득을 얻는다. 수익용 토지에서도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3.3㎡당 분양가격 1300만~1400만 원(2019년 기준)을 고려하면 엄청난 개발이익을 예상할 수 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지난 22일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등과 관련해 연세의료원이 연수구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연세대 측은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2022년에 착공해 2027년에 개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천경제청과 맺은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고 구청장은 이 문서를 공개하면서 “학교법인의 고유 목적 사업(=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진행하기 위해 장기적인 건축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따르기 위한 신의성실 원칙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만료된 협약서를 근거로 2024년까지 왜 완공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사람들도 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재산세가 면제되는 해당 토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단축 등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건축설계 용역 체결 일자를 명시하라”고 연세대 측에 요구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6월 22일 공개한 연세대 측의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계획 안-1.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6월 22일 공개한 연세대 측의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계획 안-1.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6월 22일 공개한 연세대 측의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계획 안-2.
고남석 연수구청장이 6월 22일 공개한 연세대 측의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계획 안-2.

이를 두고 송도 주민들은 “재산세 부과 권한밖에 없는 연수구가 지난 2월 연세대와 ‘2026년 개원’ 협약을 체결할 때 이미 연수구가 연세대에 개원 시기를 늦출 명분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연수구와 연세대는 '상호협력과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2022년에 착공해 2026년 안으로 의료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연수구는 세브란스병원 개원 시기를 2년 연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송도 주민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세브란스병원 건립 등을 관할하는 인천경제청 역시 연수구가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세브란스병원이 예정대로 2024년에 개원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연수구와 연세대의 협약을 두고 시의회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준공 기한은 2024년까지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현재 빈 땅으로 놀고 있어 당장 착공해도 모자랄 판에 2026년 늦장 건립을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구청장이 22일 공개한 문서를 두고 강원모 시의원은 23일 “연수구가 마치 연세대를 다그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좌고우면 말고 연세대에 재산세를 부과해야한다”며 “연수구는 이미 지난 2월 연세대와 협약하면서 연세대에 명분을 줬다. 이 부분을 반성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는 송도 세브란스병원 2024년 개원 없이 연세대에 어떠한 수익용 토지도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송도 세브란스병원 개원시기가 늦춰지는 것과 관련해 송도 주민들은 집회와 시위 등 강력 대응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