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남북관계가 2018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비무장지대 초소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군사적 긴장마저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과 향후 전망, 대책에 관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먼저 원인은 대북전단 문제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남북이 합의한 사업이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는 점으로 모아진다. 전망과 관련해선, 남북관계는 이제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으며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할 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판문점 선언에서 ‘적대행위 금지’를 명시적으로 합의했고, 국내법으로도 금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접경지역을 끼고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는가.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각계각층의 협력과 교류,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서해평화수역 창설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역사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데 한국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한국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또, 한국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라는 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에 자율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대북제재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그 자율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다. 그 지점에 한미 워킹그룹이라는 게 지목되고 있다. 이 워킹그룹은 한미 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을 조율하는 협의체로 인식됐다.

한미가 서로 정책을 조율하고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정부가 실행하려는 일을 미국이 통제하는 창구였다. 남북이 무슨 일을 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정부의 현 외교ㆍ안보라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남북관계와 외교정책을 줄곧 챙겨왔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변화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든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밀어붙여야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전략과 행동은 없었다. 그게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

이제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 소통채널이 끊긴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어떻게든 충돌은 피해야한다. 평화와 신뢰라는 대원칙을 유지해야한다.

아울러 북한이 기존 관계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그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나 갈지, 다시 설계해야한다. 외교ㆍ안보라인의 인적 쇄신과 함께 한미 워킹그룹 해체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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