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용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전용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인천복지재단이 설립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기로에 섰다. 인천시가 복지재단의 문을 닫고 사회서비스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복지재단 설립ㆍ운영으로 인천 복지의 질적 발전을 기대했는데 벌써 간판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인천에 뒤늦게나마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복지재단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인천시의 방침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비민주적인 절차다. 인천시는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계획서에 복지재단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슬그머니 넣었다.

시민사회나 전문가와 논의도 거치지 않고 몇몇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며, 이를 근거로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무원의 행정 편의주의와 비용 감축만을 중시하는 소극적 접근이 작용한 것 같다.

인천시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숨지 말고 누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당당히 밝혀야할 것이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시민이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인 절차 아닌가?

두 번째, 인천복지재단이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되면 복지재단이 수행하는 평가ㆍ인증ㆍ컨설팅 등 고유한 복지사업과 연구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 무릇 조직은 설립 목적과 간판이 중요하다. 사회서비스원 설립 목적은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자’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조례 등을 통해 사회서비스원에서 복지사업과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회서비스원의 ‘필수 업무’가 아니다. 단지 ‘선택 업무’로 보건복지부는 관심 없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인천복지재단은 사회복지정책 서비스 전반에 관한 고유 사업과 연구가 가능한데, 사회서비스원으로 간판을 바꾸면 설립 목적과 조직 생리상 갈수록 ‘돌봄의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업무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서비스는 넓은 사회복지정책 영역의 일부분으로 인천의 척박한 복지 현실을 감안할 때 퇴행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은 매우 위험한 정치적 행위다. 사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색깔이 짙게 드리워진 국정과제다. 향후 인천시정부를 지금과 다른 정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사회서비스원은 어떻게 될까? 심각하게 고민해볼 사안이다.

우리는 그동안 집권 정당이 바뀌면 전(前) 정권의 역점 사업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소멸하는 것을 무수히 경험했다. ‘사회서비스원의 존립과 역할이 변질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과연 누가 책임감 있게 답변할 수 있는가? 복지재단을 왜 필수사업이 아닌 선택사업을 하는 사회서비스공급기관으로 전환하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천은 수도권에 있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복지는 가장 후진적인 도시이다. 서울과 경기도처럼 규모에 걸맞게 인천복지재단을 지금처럼 독립기관으로 발전시켜야한다. 지금 인천복지재단을 흔드는 것은 인천의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산적한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사업과 연구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적극 지지해야한다.

소규모의 사회서비스원은 별도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큰 그릇을 작은 그릇에 담을 수 없다. 빈곤ㆍ실업ㆍ질병ㆍ자살 등 삶의 질곡에 처한 많은 시민을 생각하면서 멀리 바라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