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 그간 교육, 경제, 가정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문제들이 속출해왔지만 최근 보도된 코로나 시대의 가정폭력 양상은 외면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문제임을 지적했다.

기사는 아동과 노인 학대의 상당한 비중이 가정 안에서 벌어졌으며, 아동학대 가해자 비율이 각각 친부 43.7%, 친모 29.8%였고, 노인학대 가해자 비율(서울시 기준)이 각각 아들 37.2%, 배우자 35.4%였음을 보도했다.(‘무서운 가족들…아빠는 딸을, 아들은 엄마를 때렸다’ 시사저널, 2020.6.7.)

피해자의 51.8%가 여아, 81.5%가 여성노인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가정폭력은 엄밀하게 말해 ‘가부장제 폭력’이다. 폭력 양상에 가해자ㆍ피해자의 성별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데 가정 내 폭력은 ‘가정’을 남성 가부장의 성역으로 여겨 공권력이 이를 ‘영역’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다수가 ‘범죄’로 숙고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러한 수치 자료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기도 하다.

가정 내 폭력 양상과 관련해 최근의 신조어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을 연결해볼 수 있겠다. 코로나 이혼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이혼의 형태를 일컫는 ‘covid’와 ‘divorce’의 합성어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외출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에만 있지 않다. 집안일을 누가 담당하는가, 아이를 누가 보는가, 누가 출근하고, 누가 회사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내는가. 이 모든 상황이 가정 내 경제와 노동 분담을 둘러싸고 격화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작년 대비 한국의 이혼율 감소가 코로나로 인한 법원 출두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추측을 고려하면, 한국의 가정 상황이 타국보다 낫기 때문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내 많은 가정도 위와 같은 이유로 이혼을 고려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육아와 가사노동, 아내이자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력단절을 감수해야하는 휴직ㆍ퇴사 등의 문제는 줄곧 있었다. 이런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감춰지거나 모른 척할 수 없는 시점에 왔다는 게 이 현상이 보여주는 중요한 점이다.

가정 안에서 젠더 노동의 불평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동 생활자가 ‘도와준다’는 정도로는 터무니없고 애초에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실제로 이러한 의식으로부터 얼마나 나아갔을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 시대에 부부싸움이 잦아진다는 현상에 대해 혹자는 ‘아내의 요리를 함께 나눠 먹고 그저 같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라’와 같은 메시지를 건넨다.

1930년대에 발표된 소설에서 무려 손님으로 초대된 신여성이 밥을 푸고, 1980년대에 발표된 소설에서는 남편의 심부름을 제때 하지 않은 여성이 맞아 죽는다. 2020년에는 입맛을 잃은 어머니가 음식을 대충하자 짜증을 숨기지 않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종종 목격하고 뉴스를 통해 자주 보도 받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데서 기묘함을 느낀다.

코로나 시대에 보도되는 이 모든 폭력 양상은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문제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가져온 비극이란 비단 유행병에 의한 죽음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위기의 삶 속에서 우리는 ‘위기인 삶’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문제에 함께 시선을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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