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 과학과 예술분야

지난 호에 이어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대표 허병두ㆍ이하 책따세)’이 공개한 겨울방학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지난 호 문학과 인문ㆍ사회 분야에 이어 이번에는 과학과 예술 분야 책들이다.

책따세는 독서교육을 올곧고 즐겁게 실천하고자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민해 온 교사들의 모임으로 그동안 상업주의와 입시교육에 휘둘리지 않는 추천도서 목록을 공개해왔다.

다음은 추천도서 목록이다. 추천 평은 책따세 회원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작성했다.

- 과학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후지무라 야스 지음 | 북센스 | 중2부터

청소기 대(VS) 빗자루, 세탁기 대 손빨래.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같은 일을 힘적게 들이면서 해낼 수 있으니 당연히 전자제품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쓰이는 전기량에 비해 얼마만큼의 일을 해내는지를 ‘효율’이라고 생각한다면?

청소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전기에너지의 ‘5000만 분의 1’만큼의 일을 해내고, 세탁기는 인간이 손빨래에서 쓰는 에너지의 ‘3600배’를 사용한다고 저자는 계산해주고 있다. 계산상의 수치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실제로 손빨래나 빗자루 청소를 했을 때, 세탁기와 청소기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전자제품의 비효율성을 인식시키고 비전력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개발도상국 사람들과 이러한 발명품을 함께 나눔으로써 시작부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건강한 발전을 하도록 도움을 준 사례들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이 책을 추천한다.

<나의 생명수업>
김성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중3부터

교수인 저자가 20여년 동안 살핀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생명체들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가득 담겨 있다. 또, 그 자연의 벗들에게 배울 수 있는 소박한 삶의 진리와 해답도 맘에 쏙 들 만큼 명쾌하게 곁들여 있다.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새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 일은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조금만 다가가면 피해버리는 새들만의 잘못일까? 저자는 말한다, ‘숲 속의 새들과 친구가 되는 것,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옹달샘 하나면 충분합니다’

<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 돌베개 | 중3부터

이 책은 작가가 희귀병에 걸린 뒤, 달팽이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달팽이의 모습과 생태를 직접 관찰하고 쓴 에세이다. 점점 굳어져가는 작가의 몸과 작지만 어디든지 움직이려고 하는 달팽이가 대비되며 묘한 애착과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작가는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달팽이에게 조그마한 집을 마련해주고 동거를 시작한다.

작가가 관찰하는 달팽이는 단지 동경과 위로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달팽이를 자세히 관찰하며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하여 달팽이에게도 날카롭고 수많은 이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동물의 털에 붙어 아주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멋진 과학>
이인식 지음 | 고즈윈 | 중3부터

이 책은 이 시대 최고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이인식 선생이 쓴 책이다. 사회의 여러 분야를 과학적 시선으로 톡톡 튀게 표현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과학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문화, 종교, 정치, 경제 등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처음에는 표지를 보고 ‘이게 뭐야! 정말 재미없게 생겼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읽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핏 보면 딱딱한 교과서 지문 같기도, 신문 기사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이 이렇게나 많은 곳에 적용돼?’ 할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낸 부분도 있어서 정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조복성 곤충기>
조복성 지음 | 뜨인돌 | 중3부터

조복성 곤충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곤충기다. 1948년 <곤충기>란 이름으로 처음 나온 이 책은 63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조복성 박사는 일생동안 우리 땅의 곤충을 연구한 학자다.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조 박사는 광복 이후 초대 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내기도 했고 고려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 책은 총38종의 우리 곤충들을 소개하고 있다. 별난 탐식가 쇠똥구리, 지구 최초의 ‘원자폭탄’ 제조자 방구벌레, 왕비의 금관을 장식했던 비단벌레, 뛰었다하면 10점 만점인 방아벌레 등 개성만점인 곤충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 고1부터

똥 냄새는 고약하다. 그 이유는 똥을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이 많기 때문인데, 사람의 경우 공유하는 기생충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아서 특히 사람의 대변 냄새가 가장 역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기생충을 우리들의 동반자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기생충이란 무엇인지, 생태계에서의 기생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생충의 진화와 기생충들 간의 경쟁과 생존, 역사 속에서 본 기생충, 기생충의 영향을 받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기생충과 함께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인생은 오묘한 수학방정식>
클레망스 강디요 지음 | 재미마주 | 고1부터

수학은 골치 아픈 과목, 머리만 복잡하게 만드는 과목, 생활과 관련 없는 과목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로 수학은 그러한 학문일까? 저자는 수학 방정식 속에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럼 우리의 탄생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1+1=1’이라는 등식의 성립으로 탄생했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또 다른 하나가 만들어질 때, 그 속에서는 모든 연산이 이루어진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면서 한 좌표를 만들어낸다. 또 나뉘어 증식하고, 증식하기 위해 나뉘면서 또 하나의 온전한 하나를 만들어내는 이토록 복잡한 과정을 이 책에서는 쉽게 풀어준다. 그것도 우리에게 친근한 졸라맨이 말이다.

<뇌를 훔친 소설가>
석영중 지음 | 예담 | 고2부터

이 책에서는 허구와 현실 사이를 이해하지 못해 나타나는 인간행동의 뇌 작용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며 문학과 과학을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러시아 문학 속에 숨겨진 신경과학적 이야기를 흉내, 몰입, 기억과 망각, 변화, 이렇게 네 가지 범주로 묶어서 조곤조곤 풀어주고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후 숱한 사람들이 노란 조끼에 푸른색 재킷을 입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왜 자신과 베르테르를 동일하게 여겨 이러한 행동까지 하게 됐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뇌를 훔쳐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브루스 H. 립턴 지음 | 두레 | 고2부터

신선하다. 이런 과학책이 있었다니.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과학책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최근에 과학책을 읽어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새로웠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랄까?

과학의 가장 큰 바탕은 논리성과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뚜렷하고 확실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반박하면, 과학자는 겸손하게 그 의견을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철저하게 연구결과에 의해 이론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과학적 주장은 엉뚱하게도 ‘믿음’에 관한 내용이다. 즉, 마음과 환경이 우리 몸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를 조작하는 상위 개념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을 어떻게 규명해낼지 아주 궁금했다. 마음이 유전자를 조작하고, 그 유전자가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필자의 색달랐던 체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쉽게 풀어나간다.

<마인드 바이러스>
리처드 브로디 지음 | 흐름출판 | 고2부터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그의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이란 새로운 용어를 소개했다. 이 ‘밈’은 모방 등 유전 이외의 방법에 의해 전달된다고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이다. 그 후로 ‘밈’의 개념은 여러 분야에 사용됐고, 결국은 ‘밈 과학’을 탄생시켰다. ‘밈 과학’은 우리에게 ‘마인드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려줬다.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마인드 바이러스’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것인가?’

- 예술

<뮤지컬 배우 20인에게 묻다>
고희은 지음 | 수필름 | 중2부터

난 어쩌면 지금까지 뮤지컬배우가 공연하는 모습만 보면서 단순하게 꿈을 좇아왔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뮤지컬배우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여태껏 내가 알지 못했던 뮤지컬배우에 대한 것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어떤 뮤지컬배우가 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 배우들의 삶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다가 내 생각을 더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내 삶, 뮤지컬배우라는 삶을 살고 싶다.

<다 다른 노래, 다 다른 아이들>
백창우 지음 | 보리 | 고1부터

노래를 만드는 사람 백창우. 그는 자신이 직접 작사ㆍ작곡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들에 곡을 붙였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아이들과 함께 불러왔다. 그는 노래의 씨앗을 품고 있는 시, 그리고 그 시를 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방정환의 시에서 이원수, 윤동주를 거쳐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한 시까지 비슷한 것 하나 없이 ‘다 다른 노래들’이다.

요즘 인기 있는 대중가요 가사들을 보면 같은 말만 반복해서 노래의 의미가 없어져버린 경우가 많다. 이제 세상에 노래가 너무 많은 나머지 더 이상 새로운 노래를 만들기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직도 세상에는 참 많은 시, 아니 많은 노래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아이들의 생활이 녹아있는, 다양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음악이 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과 진실>
로버트 그루딘 지음 | 북돋움 | 고2부터

이 책은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저자는 좋은 디자인은 그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며, 반대로 나쁜 디자인은 진실의 소통을 막고 우리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디자인의 방법이나 기술 등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행복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은 디자인에 대한 튼튼한 철학을 만들어줄 것이다.

<미술의 빅뱅>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고2부터

이 책은 현대 미술작품의 정의를 내리는 책도, 감상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현대 미술에 대한 친절한 설명보다는 현대 미술에는 이런 것도 있음을 보여준다. 소묘와 정물 같은 고전적인 미술의 영역을 넘어 조각, 추상, 팝아트, 설치 예술과 사진작품까지, 거의 모든 형태의 현대 미술을 280장의 실제 사진으로 보다보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1년 치의 전시회를 감상한 느낌이 든다.

굳이 책 속에 나오는 글을 읽지 않더라도 화려하게 채색된 작품을 보는 재미가 넘친다. 작품 해설이나 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조금은 낯설고 어렵지만 작품 사진을 번갈아가며 읽다보면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난 뒤의 후련함, 예상을 빗나가는 기발함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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