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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⑳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

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 진행
국내 최초 ‘복지 바리스타’ 개념 도입
“함께 살기 위해 지속가능 일자리 필요”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 많은 이가 이 나른함을 극복하고 일에 집중하기 위해 커피를 찾는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많다. 이런 커피로 사람들의 장애인 인식을 바꾸고,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인천 서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이다.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 박태성 회장(왼쪽)과 김정현 이사.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 박태성 회장(왼쪽)과 김정현 이사.

한국복지나눔은 박태성 회장과 김정현 이사를 주축으로 해서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지금은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바리스타 교육이 아닌, 이 교육에 복지 개념을 덧붙여 ‘복지 바리스타’라는 개념을 창출했다.

한국복지나눔은 2013년에 ‘씨드’라는 주식회사로 시작했다. 씨드는 발달장애인과 취약계층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카페 사업을 하던 회사로, 2016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교육한 후 사회에 내보내도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를 안타깝고 답답하게 느낀 박 회장은 이들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이들을 고용하는 시설로 인증받기 위해 2018년에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을 설립했고 이듬해엔 씨드와 통합했다.

한국복지나눔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한국복지나눔)
한국복지나눔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한국복지나눔)

개인 특성 이해 기반 ‘복지 바리스타’ 교육

박 회장은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학원과 복지관은 많지만, ‘복지 바리스타’ 개념을 창출해 실현하는 것은 한국복지나눔만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일반 바리스타 강사들을 초빙해 교육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 교육생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인 교육생들은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설명이 필요한데, 일반 강사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박 회장은 바리스타 교육 이외에 발달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박 회장과 김 이사가 직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교육하고 있다.

박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일반 강사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 빠른 속도로 진행돼 따라가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직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며 “포터필터(커피 가루를 담는 필터) 등 커피기계 작동법을 교육할 때 긴 호흡을 가지고 충분하게 설명하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장애인 교육생의 이해와 습득이 가장 큰 목적이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인내심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수준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복지나눔은 카페 실무 관리자와 카페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는 기관이다. 비장애인은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한 번에 2시간씩 10회 교육을 받지만, 발달장애인 대상 교육은 3시간씩 30회 교육이 필요하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발달장애인 교육 시간이 비장애인 교육 시간의 4.5배나 된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리는 이유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도 충분히 두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아이들의 특성을 알기 위해 두세 번은 만나야한다. 잘하는 부분, 싫어하는 부분, 못하는 부분을 파악해 잘하는 것부터 시켜 칭찬한다. 칭찬을 받으면 싫어하는 것까지 마음이 내켜서 하더라. 아이들을 제지할 때는 엄격하게 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복지나눔은 장애인 교육생들에게 사회화 교육도 진행한다. 장애인들이 타인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선 최선을 다해야 함께 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교육생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도 교육한다.

바리스타 교육에 쓰이는 커피 제조 도구들.
바리스타 교육에 쓰이는 커피 제조 도구들.

“장애인도 함께 살기 위해 지속가능 일자리 필요”

박 회장은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석부회장으로, 그리고 발달장애인법제정연대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는 데 함께 했다. 이런 경험으로 시드를 설립했다.

그리고 장애인 교육생 부모들이 찾아와 ‘우리 아이들이 커피를 배워도 갈 곳이 없다. 취업할 곳이 없다’고 토로하는 것을 많이 접하고서 바리스타 강사 양성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그 때가 2016년이고, 국내에서 첫 시도였다. 2년간 진행한 이 사업은 지상파 9시 뉴스에 보도될 만큼 가치가 컸지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에게 나타난 변화를 잊지 못한다.

“교육을 받은 발달장애인 강사가 중학교 2학년 비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했을 때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타인과 눈도 잘 못 마주치고 포터필터 잡는 데만 한 달 걸린 친구가 인사를 받고, 학생들에게 지시를 하고, 교육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정말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특히 선생님이니까 사명감을 갖고 뜨거운 것도 참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털이 다 설 정도로 찌릿했다.”

박 회장은 이런 사례처럼 장애인들도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특정 분야에서 비장애인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인식 개선도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장애인 일자리는 3~4시간 계약직 형태로 2년을 넘기지 않는 단기성 일자리가 많다”며 “결국 이 기간이 끝나면 장애인들은 단절되고 다시 집에서 돌보는 구조가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게 아닌, 질적인 부분을 개선해 장애인들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으로 한국복지나눔은 인천시의 민간위탁사업 공모에서 선정돼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현재 10명이 교육을 듣고 있으며, 연말에 한국복지나눔이 직접 카페를 열어 이들을 고용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몇 년 후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전에 잘했던 친구들이 직장에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진 채로 오면 속상하다”며 “이게 우리가 직접 고용하려는 이유다. 우리가 교육시켰으니 끝까지 책임져 같이 사는 사회를 넓혀보자는 생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교육 커리큘럼을 확립한 후 국내에 교육시스템을 꾸릴 예정이다. 지금도 다른 기관에서 문의가 많이 오지만, 책임지고 끝까지 하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이 사업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한국복지나눔을 운영하는 데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카페사업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는 바리스타 양성 교육 사업만으로 국가보조금 없이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사명을 갖고 힘들어도 끝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복지나눔은 온라인 기념품 숍 ‘씨드기프트’(http://seedgift.co.kr/)를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사업과 관련해서는 “경쟁 아닌 경쟁이 치열하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노인인력개발센터와 자활센터 등에서도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상황을 말한다.

박 회장은 “취약계층을 끝까지 케어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한 분야에서 경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카페 운영 장소도 경쟁이 치열한데, 민간 차원에서 케어받을 수 있다면 우리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 양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료하는 것이 박 회장의 목표다. 교육생들이 교육이 끝난 후 카페라는 공간에 몸을 둘 수 있게 자체 고용하는 과정까지 이 목표에 포함된다.

박 회장은 “한국복지법인이 커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평생교육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져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이자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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