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⑭

# 당뇨병은 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까

몸에 중요한 에너지원인 혈당이 왜 증가하며, 올라간 혈당은 어째서 동맥경화증을 일으킬까? 에너지원으로 당은 100mg/dL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필요가 없다. 끼니마다 밥 한 그릇만 먹으면 충분한데, 밥 두 그릇이 식탁에 놓여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끼니마다 먹지 않은 한 그릇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는 전기밥통으로 다시 들어가고,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결국은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혈당도 어느 정도는 몸에 보관이 되다가 그(=180mg/dL) 이상 올라가면 결국에는 소변으로 나가게 된다.

밥은 보관 과정에서 상하게 된다. 상한 밥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혈당도 마찬가지이다. 몸에서 쓰고 남은 당은 음식과 같이 상하게 되고, 상한 음식이 식중독을 일으키듯 상한 당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 당뇨병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당뇨병 증상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다(多) 증상(=다음, 다뇨, 다식)이 있다. 하지만 50∼60%의 환자는 별 증상 없이 수년 동안 진단되지 않고 지내다 우연히 발견된다. 그러나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당뇨병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당뇨병 합병증이 무서운 것은 그 범위가 한두 군데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며 큰 혈관에 합병증이 발생해, 심장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

또한 눈, 신장, 신경 등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이 잘 발생해 망막증, 신장병증, 신경병증을 당뇨병의 3대 합병증이라고 한다. 특히 혈당 조절이 안 된 상태에서 4, 5년 이상 경과하면 합병증이 급속히 발생하게 된다. 당뇨병성 망막증이 성인 실명 원인의 50%를 차지한다. 당뇨병성 신장질환은 성인 말기 신부전의 35%를 차지한다.

신경섬유가 손상돼 감각이 무디어지거나 손발 저림 증상이 나타나고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손, 발, 팔, 다리가 저린 현상이 나타나고,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어지러움과 변비, 설사, 성기능 장애가 생긴다. 말초혈관이 막혀 산소 공급이 안 되면 발끝이 시커멓게 썩는 족부괴저(足部壞疽)가 생기는데, 성인에서 비(非) 외상성 하지 절단의 60%가 당뇨병 때문에 생긴다. 작은 외상이라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낫지 않고 상처가 커져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 합병증은 한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가 없다.

# 당뇨병의 치료

당뇨병의 치료는 혈당을 정상 범위 이내로 조절하는 것이다. 우선 음식 섭취를 줄여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올라간 혈당은 운동 등을 통해 소모해야 한다. 만일 운동으로 소모할 수 없으면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으로 강제적으로 낮추어야한다. 비만 환자는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의 70∼80%는 동맥경화증이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특히 요구된다.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흡연, 고혈압, 고지질혈증을 반드시 함께 치료해야한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릴 경우 병을 더욱 악화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을 검증되지 않은 치료의 실험동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완치되지는 않지만 조기 발견,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적절히 관리한다면 큰 부작용 없이 정상 수명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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