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다 되레 왕따 …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도 필요

최근 대구 한 중학생의 자살 사건과 인천 계양구 한 중학생의 집단구타 사건이 드러나면서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왕따)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나 이를 신고하는 학생에게 상벌을 주는 ‘그린마일리지’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일고 있다.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건은 친구들로부터 몇 달 동안 집단폭력과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발생했다. 계양구 중학생 집단구타 사건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이 1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막대기로 집단폭행을 당하고 담배를 피워 연기를 내뿜는 식으로 괴롭힘을 당해 입원한 사건이다.

‘그린마일리지’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내 체벌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한 상벌점제의 일종으로 좋은 일을 했을 때는 상점(그린카드), 나쁜 일을 했을 때는 벌점(레드카드)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인천의 상당수 학교는 이 제도를 확대 해석해 친구의 학칙위반이나 비행을 교사나 학교에 신고한 학생에게 상점 또는 포상을 주거나 그동안 받은 벌점을 상쇄해주고 있다. 위반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인천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59곳에서 신고 학생에게 상점ㆍ포상을 주거나 벌점을 상쇄해줬다. 중학교 39곳은 학교폭력ㆍ흡연ㆍ따돌림ㆍ핸드폰 소지ㆍ금품 갈취 등을 당사자가 아닌 학생이 교사나 학교에 신고할 수 있게 했고, 고등학교 18곳에서는 집단폭력ㆍ흡연ㆍ음주ㆍ불량 동아리ㆍ도난 등을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친구의 흡연 사실 등 학칙위반이나 비행을 교사에게 신고하면 친구는 벌점을, 자신은 상점을 받는 것이다. 이는 왕따나 폭력 등이 더욱 드러나지 않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영하기는 하지만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고 학생이 비행을 저지른 학생이나 제3의 학생들에게 드러날 수 있다. 이럴 경우 학생 간 갈등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신고자가 오히려 왕따나 폭력을 당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대구의 한 중학생은 같은 반 친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담임교사에게 편지로 이 사실을 알렸다가 이 사실을 안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고자질쟁이로 낙인찍히고 비난받자 자살했다.

노현경 시의원은 “인천시나 시교육청에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를 둬 철저하게 신분을 보호하는 것처럼 학교에서도 신고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그린마일리지)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상담교사, 인천 489개교 중 26곳에 불과

전문상담교사가 부족한 것도 지적됐다. 인천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489곳 가운데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26곳에 불과하다. 인천지역에서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은 모두 614명으로, 폭력 발생 건수는 156건에 달했다.

학교별로는 중학교가 115건에 44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는 34건에 120여명, 초등학생은 7건에 30여명 순이었다.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처분은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사회봉사, 전학과 교내 봉사, 특별교육 등이다. 휴업이나 퇴학조치는 거의 없었다.

한편,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청은 지난 1일 1만 2000명에 달하는 외근형사를 동원해 학교폭력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속수사도 확대키로 했다.

이에 앞서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9일 협의회를 개최해 학생생활안전 지도와 인간존엄성 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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