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여성단체ㆍ목욕업 관계자 ‘수건 차별’ 간담회 열어

“이런 간담회는 저도 처음입니다”

24일 부평구청 3층 상황실에서 열린 ‘일상에서의 여성 불편 해소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홍미영 구청장이 한 말이다. 간담회에는 부평지역 목욕업 관계자 7명과 여성단체 7곳의 대표, 윤동환 여성가족과장과 이명선 위생과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지난달 15일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뉴스 ‘찜질방 수건, 민망한 신경전’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경기도의 한 찜질방 업소에서 도난 방지를 위해 모든 수건에 ‘훔친 수건’이라 인쇄를 해놓고, 여성에게만 수건 사용을 두 장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홍 구청장은 간담회에 앞서, “민망한 간담회다. 하지만 터놓고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성에게만 수건을 두 장만 쓰도록 제한하는 것은, 단순히 수건을 몇 장 쓰도록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에 대해) ‘깨어 있는 여성, 아니면 도둑’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면,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여성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아빠는 수건 제한이 없는데, 왜 엄마는 두 장만 가지고 가냐?’고 물으면,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이것은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사회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인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바꿔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를 얘기해보자”고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은 주로 여성과 남성이 찜질방을 이용할 때 습관이 다르다는 점을, 목욕업체 대표들은 수건 손실 등 운영상 어려움을 얘기했다. 몇 차례 접점 없는 대화가 오갔고, 이를 보던 홍 구청장이 나섰다. 홍 구청장은 “한 쪽은 인정해 달라, 다른 쪽은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하다보면 끝이 안 날 것 같다”며 “서로 어려움이 있으니 각자 입장을 고려해, 이것이 개선되었을 때 어떤 긍정적인 부분이 업주들에게 돌아갈 것인지 여성 쪽에서 제안해보면 어떨까 싶다. 여성단체들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업체 쪽은 가능할지 여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평구가 11월 24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자들과 목욕업 관계자들이 목욕탕에서의 '수건 차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구>
이어진 토론에서 인천여성노동자회 이례교 대표는 재활용하던 수건을 폐기하기 전에 아예 고객들에게 주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냈고, 인천여성민우회 장혜순 자문위원은 “차별을 없앤 업체에 ‘인증현판’을 붙여주고, 여성단체 회원들이 모니터링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다. ‘대박사우나’ 국종찬 대표는 “우리한테 ‘수건을 더 줘라’ 하기보다는, 관공서나 여성단체에서 ‘수건과 물을 많이 쓰지 말라’고 권장해야할 사안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윤동환 여성가족과장은 “모든 차별과 문제가 일시에 해소되진 않는다. 부평이 여성친화도시로 가기 위해, 앞으로 ‘여성친화업체’를 인증해서 공표하고 홍보와 지원을 할 생각”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과 정책을 만드는 건 전국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라 공직자들도 이런 인식이 미흡하지만, 부평구가 앞서서 먼저 시행해보자는 취지다. 앞으로 다른 기업체들과도 계속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사)한국목욕업중앙회 인천시지회 김효숙 사무국장은 “회원들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그런 제안을 해주신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취지를 알리겠다”고 답했다.

토론이 끝난 후 윤 과장은 “여성친화도시를 만드는 데 각자 역할을 찾아서 해보자는 의도였다”며 “어느 가정이나 여성이 있다. 사실, 여성친화도시라고 표현은 하지만,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아직 용어가 생소하겠지만, 구청장님 뜻이 확실하니 꾸준히 하면 인식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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