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수 인천의제21 문화분과위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를 만나서 술을 한잔 기울이며 옛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행복했던 고교시절에 음악 동아리에서 정말 열심을 다해 활동하며 함께 했던 이야기는 지금도 꽤나 정겹다. 그 시절 친구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고, 다시 만나면 나눌 옛 추억도 많기에, 가끔 서로 만난다.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렇게 만나고 나누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동창 모임이란 참 정겹고 좋다. 과거 순수했던 학생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서 추억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동창회와 같이 작은 규모의 모임은 참 좋은 모임일 수 있겠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서로 같은 학교 출신이란 것을 매개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동문회는 사실 ‘학연’문화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뿐이다.

더욱이 동문회는 개별 학교 이기주의가 작동되는 기제이기도 하다. 모교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모든 행위가 동문회라는 틀로 벌어진다. 진정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왜 자신의 출신학교만이 명문이 되길 바라고, 발전되기를 바라는가? 좀 더 공공적인 자세로 전체 교육에 대한 기부를 한다면 얼마나 더 아름답겠냐는 말이다.

자신의 출신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더 인정을 받고, 그로 인한 특혜를 얻고자하는 마음은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문 학교이길 바라는 욕망은 결국 학연을 전제하고, 자기 모교의 학벌적 지위를 올려서 그에 따른 자신의 부당이익을 계속 취득해나가겠다는 파렴치하고도 저급한 욕망의 표현들일 뿐인 것이다.

학연을 통해 어떤 부당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을 접어야한다. 이러한 부조리가 일상적으로 퍼져서 아무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 현 상황을 벗어나야한다. 사람은 최소한 부끄러운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한다.

언론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은 우선 학연을 조장하는 기사를 그만둬야할 것이다. 특히 선거 즈음에 나오는 후보자 소개에서 출신 학교를 표시하는 것을 그만둬야한다. 대학 전공을 알려주는 것이야 유권자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니 필요하다고 해도, 어느 초ㆍ중ㆍ고교를 졸업했는지는 선택을 하는 데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무슨 동문회가 누구를 지지하려고 한다는 식의 보도도 이제는 그만해야한다. 출신 학교와 관련해 기사를 쓰려면 학연을 이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학연’문화가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를 밝히는 기사를 쓰기 바란다.

아울러 기업은 이력서에 출신 고교를 표시하는 것을 없애야할 것이다. 대학도 전공만 표시할 필요가 있지, 학교를 표시할 필요는 없다. 교육청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대놓고 명문 학교를 육성해야 한다는 식의 정책 전개는 부당한 ‘출신학교 연고주의’ 사회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보조와 지원이라는 것은 부족한 곳을 채워나가는 쪽으로 나가야지, 강한 쪽을 더 지원해서 더 강하게 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해야 할 공적행위가 아니다.

지역사회라는 것이 좁디좁아서 영향력 좀 있다는 사람들이 하나 건너 서로 아는 사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는 것이 문제인 마당에, ‘어느 학교 출신 뭉쳐라’를 외치면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행동으로 공정하지 못한 지역사회를 더 삐뚤게 만드는 ‘학연’문화를 이제는 끊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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