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⑨

▲ 체중 70kg 성인에서 지질의 양 - 음식 섭취로 인한 혹은 간에서 만들어진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으로 들어가 순환한다.(순환지질) 혈액 속에 있는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양은 비슷하나, 콜레스테롤은 호르몬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성인 70kg 기준으로 140g정도의 소량만 존재하는 반면에, 중성지방은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으로 에너지 비축용으로 사용하는 저장지질이므로 14~18kg정도의 많은 양이 존재한다. 콜레스테롤은 호르몬을 만드는 데는 꼭 필요한 물질이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이 혈액 속을 순환하는 경우에는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필요 이상의 중성지방은 피하ㆍ내장 사이에 쌓여 비만의 원인이 된다. 결국 두 지질 모두 혈액순환 장애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의 지방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순환지질’, 세포막이나 뇌의 신경세포 구성 성분이 되는 ‘구성지질’, 에너지를 비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저장지질’, 세 가지로 나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대표적인 순환지질이다. 고지질혈증은 혈중 순환지질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양이 과도하게 증가돼있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고지질혈증에는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다. 피하지방이니 내장지방이니 하는 것은 중성지방으로 구성된 저장지질을 가리킨다. ‘비만하다’는 것은 저장지질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많음을 의미한다. 구성지질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질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건강에 문제가 되며, 순환지질과 저장지질은 양이 많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만드는 장소는 사용하거나 저장하는 장소와 다르다. 혈액의 주성분은 물이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기름기이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에 녹지 않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혈액속을 혼자 돌아다닐 수 없다.

혈액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혈류를 따라 이동하지 못하고 바로 혈관벽에 달라붙을 것이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혈류를 따라 몸 구석구석까지 이동이 가능한 것은 수용성 지질단백(lipoprotein)이라는 유조차(油槽車, oil truck)에 실려 이동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단백질에 의해서 둘러싸인 상태를 지질단백이라 하며, 지질단백을 구성하는 지질과 단백의 구성 비율ㆍ크기ㆍ기능에 따라 카일로마이크론, 초저밀도 지질단백(very low densitylipoprotein, VLDL), 저밀도지질단백(low density lipoprotein, LDL), 고밀도지질단백(high density lipoprotein, HDL)으로 나뉜다.

각 지질단백은 구성 단백질의 기능에 따라 이동경로나 역할이 결정된다. 저밀도지질단백은 간에 저장된 콜레스테롤을 혈관으로 전달, 온몸 구석구석의 세포로 전달해 세포막과 호르몬 등의 재료로 사용되게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양이 전달돼 남게 되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므로, 저밀도지질단백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 고지질혈증이 심한 사람의 피는 끈적끈적하다. 피를 뽑아 가만히 놓아두면 철분이 들어 있는 적혈구는 아래로 가라앉고, 물 성분인 혈청은 위로 뜬다. 건강한 사람의 혈청은 맑은 노란색이나, 순환지질이 아주 많은 고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사골 국물처럼 탁한 색이다.
혈중 저밀도지질단백이 많다는 것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일 위험이 높음을 의미한다. 고밀도지질단백은 콜레스테롤을 혈관에서 간으로 나른다. 필요 없게 되거나 쓰고 남은, 혈관에 노폐물로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회수, 담즙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하게 하므로 고밀도지질단백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고밀도지질단백이 높은 사람은 체질상 혈관 벽에 노폐물로 쌓인 콜레스테롤 청소가 잘 되는 사람이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혈액 검사 항목 중 ‘총콜레스테롤’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혈액 속 지질단백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의 총량이다. 총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저밀도지질단백에 들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에는 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좋은 콜레스테롤’이 많아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도 있다. 따라서 총콜레스테롤로 뭉뚱그려 판단하기보다는 저밀도지질단백과 고밀도지질단백으로 나누어, 즉 ‘이로운 콜레스테롤’과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개념으로 분리해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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