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끝까지 믿어주는 거다” “한솥밥 먹 는 사람들이 바로 식구(食口)다”

가족끼리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에 함께 볼 만한 영화 ‘스파이 파파’ 속 대사다. 70년대 유행 한 명랑만화 같은 영화 ‘스파이 파파’는 전주영 화제가 주목한 한승룡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영화는 남북 분단 상황 아래 반공사상이 한 창 강조되던 1974년 여름, 한 작은 동네에서 벌 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부녀지간의 믿음과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북한군을 뿔 달린 도 깨비인줄 아는 철저한 반공소녀 순복(김소현) 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고정간첩으로 14년째 활 동하지만 누가 봐도 친근한 동네 아저씨일 뿐인 만호(이두일)는 애정이 철철 넘치는 부녀지간이다.

반공웅변대회에 참가하고 교내 삐라줍기 대회에서 일등을 꿈꾸는 순복은 간첩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동네 야산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순복은 믿었던 아빠 만호가 간첩임을 알게 되고 가족과 반공 사이에서 갈등한다.

명랑 가족극을 표방한 작품답게, 영화는 조국통일을 위해 불철주야 간첩 일에 몰두하는 만호와 간첩을 잡아야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동네 사람 모두를 의심하는 순복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해프닝을 담았다.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동료 간첩과의 사이에 서 갈등과 사건을 겪게 되고, 딸은 반 친구들과 경쟁하고 때론 친한 친구와의 우정으로 고민하는 등 당시에 있었을 법한 사건을 매개로 영화는 소소하면서도 가볍게,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석유곤로나 미닫이문이 달린 흑백 티브이, 자개장, 병 우유, 양은 도시락 등 모든 것이 당시를 기억하는 장년층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사건 사고가 아빠와 딸 사이의 믿음과 가족애를 위협 하는 갈등을 조장한다고 보기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아빠와, 가족이란 이유로 아빠를 이해하고 순화시키려는 딸 사이의 가족애를 강조하기에 힘겨운 느낌이다.

분단이란 상황과 당시의 사회적 흐름이었던 반공이란 소재는 가족이란 테두리속에 경쾌하게 담기엔 너무 크고 무거웠던 듯하다.  그렇지만 이 계절, 가족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를 느끼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가족, 코미디 | 한국 | 80분 | 전체 관람 가 | 2011. 10. 27.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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