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10월 8일, 희망버스가 또 부산으로 달려갔다. 이번 ‘가을소풍’까지 벌써 다섯 번째다.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시작한 크레인 위 고공농성이 석 달만 더 지나면 만 1년이다. 부디 겨울이 오기 전에 건강한 모습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선 잊혔지만 요즘 들어 부쩍 쌀쌀해진 아침저녁 날씨를 체감할 때마다 지난겨울 혹한 속에 이어가던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생각난다. 또한 함께 온몸으로 칼바람을 맞으며 삼보일배를 하고 촛불을 들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함께 걱정하고 지지를 보냈던 많은 시민들도 생각난다.

IMF이후 많은 공장이 떠났고 아파트가 솟았지만, 한국지엠 부평공장, 수출공단 등 아직 부평엔 공장이 많다. 서울 등 타 지역으로 일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든 일상을 부평에서 보내는 부평사람들도 많다. 공장은 많은 부평사람들의 일터이고 노동자들은 상인들에겐 고객이며, 부평구 지방세의 적지 않은 수입원이기도 하다.

부평의 아이들은 그들의 자식이거나 이웃의 아이들이다. 병참기지에서 공업도시로, 다시 아파트숲으로 변해가고 있는 부평에서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금 부평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부평에서 살아갈 ‘진짜’ 부평사람이라면 고민해야한다.

부평엔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한남정맥이 남서쪽에 병풍처럼 솟아있고 그곳에서 발원한 굴포천과 그 지류들은 부평의 생명줄이었다. 비록 지금은 파묻히고 잘려나갔지만 아직 굴포천과 부영공원엔 멸종위기 맹꽁이가 살고, 만월산에선 반딧불이가 여름밤을 밝히고, 원적산 땅속은 두더지가 헤집고, 굴포천엔 물총새가 날고 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부평의 자연환경과 이웃생명을 위해, 특히 우리 아이들과 부평의 미래를 위해선 부평지역의 기업과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평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그 주변 공장지대이다. 부평의 도시열섬현상 주범이 공장인 것이다. 도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삶을 위해서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시 열섬현상의 완화, 도시생태계 복원, 공기 정화, 도시경관 향상과 휴식공간을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곳에서 옥상, 벽면, 담장 녹화 등 도시 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시에 꽃과 나무를 심어 푸르게 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등의 옥상·벽면·담장에 녹화사업을 진행한다면 부평의 도시환경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가로질러 굴포천의 지류인 세월천이 흐른다. 굴포천 중하류는 하천 정비 사업으로 생태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진정한 생태하천은 상류 복개구간을 복원할 때만이 가능하다. 도시에서 물길은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며, 도시 열섬과 미세먼지 등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이며, 도심의 각박한 삶 속에서 자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총새, 맹꽁이뿐 아니라 한국지엠 노동자와 부평구민을 위해서라도 한국지엠 사측과 노동자 스스로가 지역사회와 함께 지금부터라도 세월천 복원과 활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사상 최악의 리콜사태를 겪었지만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으로 다시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를 생각해볼 일이다. 도요타는 도시에 숲을 조성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린이환경체험교육, 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지역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인구 58만이 밀집한 부평에서 자전거도시를 꿈꾸고 있다. 자전거도시 부평은 단지 자전거만의 도시가 아닌 유모차와 휠체어, 보행자 모두가 행복한 사람 사는 도시를 의미하며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수천대 자전거가 부평을 자유롭게 누비는 것이다. 곧 개통될 7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이 교차하고 공장, 학교와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부평구청 주변에 자전거도로와 자전거종합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자전거도시의 첫걸음으로 기업과 노동자, 지역사회가 함께 하면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

지엠대우는 ‘늘 이웃과 함께 하겠다’고 했고 지금의 한국지엠은 ‘시민들의 아름다운 발이 되겠다’고 한다. 부평사람들은 지엠대우을 지켜봤고 이제 한국지엠을 지켜볼 것이다, 진짜 아름다운 부평구성원인지를 판단하며.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