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011 통계로 보는 인천의 여성(3)

연 재 순 서
경인지방통계청에서 ‘2011 통계로 보는 인천의 여성’ 자료를 발표했다. 통계 내용을 실제 삶으로 재구성해 3회 연재한다.
(1) 출생성비 속 남아선호 사상
(2) 취업률로 본 ‘엄마가 일하는 이유’
(3) 출산율에 담긴 여성의 삶
사무실 안, 남자 직원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젊은 여성에게 가방을 건넨다. “애들이 기다리는데 집에 안 갈 거야?” 또 다른 남자 직원은 서류가 잔뜩 쌓여 있는 책상에서 출산휴가 중인 남자 동료와 전화통화를 한다. “하나도 안 바쁘다니까. 부인한테 집중해”

보건복지부 저출산 극복 캠페인 ‘마더하세요’ 티브이 광고 내용 중 일부다. 광고 배경이 직장 사무실이란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하는 여성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인지방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1 통계로 보는 인천의 여성’ 자료를 보면, 2010년 인천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약 1.21로 전국 1.22보다 낮다. 인천은 지난 10년 사이 합계출산율이 1.46에서 1.21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별 출산율을 보면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작년 회원국 34개국 중 출산율 1.29로 33위를 기록했다. 저출산은 OECD 국가 가운데 특히 보수적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 두드러진다고 인천발전연구원 홍미희 여성정책센터장은 밝히고 있다.

홍 센터장은 “가족구성원의 성별역할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바뀐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과 육아 책임을 거의 대부분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며 “양육에 드는 비용을 사회에서 분담하기보다는 여성의 무급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출산율이 낮은 일본(OECD 출산율 32위)과 이탈리아(28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논문 ‘기혼여성의 경제활동과 저출산 현상에 관한 연구(2008)’에서 이진씨는 “전업주부와 취업주부를 막론하고 자녀에게 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취업을 할 것인가, 추가 출산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일-가족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여성들은 모계 친족을 중심으로 자녀 양육의 조력자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 자원의 동원만으로는 ‘돌봄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의 과부하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추가)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밝히고 있다.

인천여성회 이영주 정책팀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남성부양자모델’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다. 급여수준, 노동조건, 고용 수급 등 모든 경제와 사회구조가 이 모델을 근거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팀장은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고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담당하는 것이 ‘남성부양자모델’인데, 남성 1인이 여러 자녀를 낳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에선 어려운 일이다. 이는 극소수의 중산층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있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은 아이를 잘 돌봐주지 못해 괴롭고, 전업주부는 아이 존재 자체가 다 내 책임이라 전전긍긍 한다”며 “한 아이가 사회적으로 성숙하려면 다양한 세상을 만나야하는데 한 명의 개인이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나? 이는 환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모델은 일과 육아라는 짐을 지고 있는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 부양책임을 지는 남성도 힘들게 한다. 실제로 출산은 남성들에게도 점점 두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마더하세요’ 캠페인이 저출산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영주 정책팀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마더하세요’ 캠페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출산으로 손실을 입은 여성을 주위에서 잘 대해줘라’는 얘기다.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을 ‘착한 남성’들이 배려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남성에겐 ‘슈퍼맨’이 돼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출산과 육아문제를 ‘성품’과 같은 개인 차원의 문제로 축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씨는 위 논문에서 “저출산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도구화돼왔던 여성의 가족 내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공적 분담이 이뤄져야하며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돼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홍미희 센터장은 “지금의 사회구조와 시스템에선 여성들이 출산과 일을 병행하기 어렵다. 근로조건, 노동문화가 변해야한다”며 스웨덴의 예를 들었다. “스웨덴에선 12세 미만의 아이가 있는 부모가 하루 6시간 근무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또 혼외 출산에 대한 정책도 상당히 잘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스웨덴이 ‘남성부양자모델’로 짜인 육아정책을 ‘맞벌이모델’로 바꾼 후 생긴 변화다. 실제로 스웨덴의 2000년 출산율은 1.56으로 당시 1.51이던 우리나라와 비슷했으나, 2010년엔 1.9로 출산율이 껑충 뛰어 출산정책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이영주 정책팀장은 “남성부양자모델에 근거한 사회구조를 설득해야한다. 지금과 같은 노동조건, 인구 역피라미드구조에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여성이다. 지금까지 재생산 책임이 오로지 여성에게만 주어진 결과 이 지경이 됐다. 그러니 여성생애주기를 펼쳐놓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다시 짜야한다. 현재 성(性)을 중심으로 분리된 역할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를 새롭게 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