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운행중단 피해는 결국 승객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의 총파업으로 ‘서울~인천’ 간 버스 노선 운행이 10일부터 중단됐다.

“백화점 시설과에 근무한다. 난 175만원 받는다. 직원들 중 상당수가 집값이 저렴하고 교통편 좋은 인천에 산다. (파업을) 빨리 끝내야하는 거 아니냐. 우리는 데모도 못한다. 삼화고속 의지해서 출퇴근해왔다. 공항철도 이용하니 비용과 시간이 두 배다. 우리는 회사고, 노조고 다 싫다. 우리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 오늘 화나서 삼화고속과 노조 관계자에게 다 전화했다.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광역버스 노선의 70%를 차지하는 삼화고속의 운행 중단에 화가 난 한 시민이 11일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김아무개씨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삼화고속 운행이 재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이하 노조)가 1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 측은 바로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노동계와 인천시, 경찰 관계자들은 이번 노사 갈등이 길게는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삼화고속의 운행 중단으로 인해 10~11일 이틀 동안 경인전철엔 평소보다 승객이 20% 이상 더 몰려 혼잡을 빚었으며, 공항철도 이용 승객도 늘어났다.

하루 20시간 13일 근무하고 월 130만원 받아

4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삼화고속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버스업체다. 버스 2대로 시작한 삼화고속은 높은 급여와 복지 혜택으로 한때 선망의 직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삼화고속 버스기사들의 노동 강도와 임금은 처참한 수준이다.

삼화고속의 총자산은 2010년 현재 380억원이고, 부채도 312억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영업수익을 보면 2006년 605억원, 2007년 703억원, 2008년 807억원, 2009년 770억원, 2010년 776억원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이 기간에 12억, 5억 2000만, -22억, 35억, 11억원으로 나타났다. 2008년도를 제외하고 흑자를 냈다.

하지만 하루 20시간 이상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들의 임금은 형편없다. 여기에 살인적인 물가와 폭등하는 전세 값, 사교육비 등은 이들을 결국 거리로 나서게 했다.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자가용으로 차고지로 이동해 5시부터 근무한다. 종일 운전하다가 식사시간 20~30분 쉰다. 새벽 1시에 양재에서 인천행을 끌고 내려온다. 늦으면 2시 30분 께 돈 통 따서 3시께 집에 온다. 이렇게 13일 만근해서 손에 드는 돈은 130여만에 불과하다. 마이너스 통장에 빚만 2500만원이다. 아내가 분식점에 출근해 먹고 산다”(삼화고속 4년차 배명심씨)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월세, 관리비, 학비, 생활비 쓰면 끝이다. 입사할 때 6개월 동안 빚이 500만~800만원 된다고 했는데, 6개월 만에 빚이 600만원 생겼다. 결국 아내가 맞벌이하는데, 그랬더니 아이들 교육이 엉망이다. 15일 만근해서 150만원 받지만 새벽시간대 내 차로 출퇴근한다. 기름 값만 10만원이 넘는다. 듣기로는 대표이사가 한남동에서 40억원 짜리 집에 산다고 하더라. 우리도 좀 살자”(삼화고속 5년차 김아무개씨)

지난 7일 ‘2011 임투 승리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삼화고속 버스기사들의 증언이다. 인터뷰 중간에 버스기사 김아무개씨는 급여 지급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들어온 핸드폰을 보여줬다. 하루 20시간씩 13일을 만근해서 받은 급여는 세금 공제하고 135만 8615원이었다.

▲ 삼화고속지회와 인천지역연대는 10일 부평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삼화고속 버스기사들의 노동조건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버스준공영제가 실시된 인천지역 버스업체 종사들보다 월 80만원, 연간 1000만원가량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삼화고속 광역버스 기사들의 경우 시내버스보다 4일씩 더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새벽 1~3시까지 심야근무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어 하루 노동시간도 시내버스보다 1~3시간 정도의 더 길다.

10일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50대 버스기사는 “편의점 알바도 시급 5000원이다. 하루 1000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우리가 시급 4727원을 받는다”며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돼야 운전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파업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사측 직장폐쇄해도 요금 올리면 손해 없다”

인천지역 노동계와 경찰 등은 삼화고속노조의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처음부터 예상했다.

노조는 회사가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에서 임금삭감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파업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장폐쇄라는 초강수에 대해서도 “버스요금 인상을 통해 한 달 만에 만회할 수 있다”며 회사가 고의적으로 직장폐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나대진 지회장은 11일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삼화고속은 인천시민이 45년간 이용해 성장해온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시민을 볼모로 노조를 파업으로 내몰았다”며 “인천시로부터 68억원을 지원받지만, 교섭 시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에 이 부분이 없었다. 회사가 진짜 적자가 나면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회계감사보고서엔 흑자 경영이다. 회사가 버스요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노조를 파업으로 내몰았다. 회사 말대로 그렇게 적자나면 개선책도 없는데, 회사 운영하지 말고 노조에 넘겨라” 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삼화고속 관계자는  <부평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영상으로 어려워 4개 노선을 개통한지 얼마 안 돼 폐선했다. 버스 업체에서 노선을 폐선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현재 경영 여건을 설명했다.

이어, 요금 인상을 위한 직장폐쇄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물가심의위원회와 의회 승인을 받아야 요금을 올릴 수 있다”면서, “노조가 요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방관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공약대로 광역버스 준공영제 하라”

삼화고속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송영길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광역버스 준공영제 실시가 다시 고개를 든다.

진보신당은 11일 논평을 통해 “송영길 시장의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노조 측의 준공영제 요구를 받아들여야한다”며 “현재 근로조건을 보면 삼화고속 기사들이 요구하는 시급 973원 인상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수십억의 적자가 났다고 주장하나, 노조 측에 따르면 10년 동안 1년을 제외하고는 흑자였다”며 “사측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천시는 중재뿐 아니라 준공용제 도입을 즉각 검토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비상 수송차량 약 29대를 배차해 서울로 연결되는 시내 주요 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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