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술에 의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식물체 내로 들어가게 해 만든 작물을 GM( genetically modified) 작물, 다시 말하면 유전자변형 작물이라고 일컫는다.

1994년 칼센사에 의해 최초로 상업화된 무르지 않는 GM 토마토 이래, 1996년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저항성 GM 콩이 대규모 면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단체는 GM 작물 섭취로 인한 인체 안전성 문제, GM 작물 재배로 인한 환경문제, GM 작물 개발의 윤리문제,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독점적 GM 종자시장의 사회경제학적 문제 등을 제기하며 GM 작물을 거부하고 있다.

2011년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 기금 후원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10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GMO가 기존 생물체에 비해 환경이나 인체, 사료에 위해성이 더 크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연구보고서로 인해 지금까지 논쟁해왔던 GM 작물에 대한 거부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왜, 언제까지, GM 작물을 거부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GM 작물은 세계 25개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재배면적도 1996년을 기준으로 10년 만에 50배, 13년 만에 79배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주로 콩, 옥수수, 유채 그리고 면화가 재배되고 있다. 2010년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약 700억달러(79조원)이고, 글로벌 10대 기업의 점유율은 1996년 14%에서 2007년 64%까지 증대됐다. 또한 전체 종자시장에서 GM 종자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20%에서 2015년에 5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 소비자단체의 GM 작물 거부운동과 소비자 알 권리로 추진되고 있는 GM 농산물 표시제로 인해 ‘GM 식품은 위해식품’이라는 인식으로 당초 GM 작물의 재배가 점차 감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를 냉철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주로 재배되고 있는 GM 작물은 제초제 저항성 또는 해충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농민 입장에서는 재배하기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잡초를 제거하는 데 일반 콩일 경우 멀칭(토양의 표면을 짚이나 비닐로 덮어주는 일)을 하거나 손으로 직접 잡초를 뽑아야하는데 비해 제초제 저항성 GM 콩일 경우 제초제를 살포하면 되는데, 후자의 경우 기계를 이용해 단시간에 대규모의 면적을 처리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대상으로 GM 작물로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디젤 원료 작물인 유채가 월동력이 약해 남부지방에서만 재배되고 있는데, 여기에 추위에 강한 유전자를 넣어 내한성을 증진해 연해주까지 재배할 수 있는 유채가 만들어진다면, 또는 기름함량이 증대돼 더 이상 화석연료인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바이오디젤 연료를 100% 생산할 수 있는 GM 유채가 만들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여기에 사용되는 유전자는 유채에 없기 때문에 혹은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GM 방법으로 작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GM 유채는 인간이 섭취하는 식품이 아닌 자동차 연료가 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용도에 따라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GM 작물도 있을 것이다.

GM 작물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데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업은 이미 다수의 유전자 특허권을 보유하는 등 GM 종자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GM 작물 개발연구에 대한 투자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뚜렷한 증거 없이, 무조건 GM 작물이 위해하다고 거부하기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오히려 GM 작물 개발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노경희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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