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
언론에 최근 보도된 것을 보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지난해 11월 아무런 사전 협상 없이 홍보비 1500만 달러를 OCA, 즉 아시아 올림픽평의회에 지급했다고 한다.

15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5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또한 조직위는 ‘이미 인천시가 홍보비 명목으로 금액을 정해 놓아 집행했을 뿐이고, 개최도시의 특성을 살린 홍보 콘텐츠 발굴을 위해 OCA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단다.

그런데, 돈을 준 뒤 구체적인 사용처를 협의한다는 건 무슨 소리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 쥐고 있을 때 사용처를 협상해야 유리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미 다 건네주고서 협상이 제대로 될까? 사전 준비 없이, 협의 없이 돈을 줬다는 건 사실상 상납한 것이 아닌가? 한심한 뿐이다.

조직위 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연 대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조직위 내부 자료를 보면, 이 홍보비 지급은 공식적인 개최도시 계약이 아닌 사실상 이면계약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시가 대회 유치를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상납하기로 약속하고 추후 이를 이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추가 조항이 더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인천시는 OCA의 요구에 따라 2007년 4월 17일 대회 개최지 결정을 위한 OCA총회를 앞두고 이 홍보비를 비롯해 마케팅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추가보완 사항을 약속했다. 이 추가사항에 대해 OCA는 한국정부의 보증까지 받아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케팅 총수입의 ‘3분의 1’을 현금으로 OCA에 지급한다는 조항이다. 인천시는 ‘개최도시 계약에 따라 마케팅 수입을 배분(마케팅 총수입의 3분의 1을 현금으로 OCA에, 3분의 2를 현물과 현금으로 조직위원회에 배분)하고, 국내에 유사 마케팅 행위가 없도록 한다’고 약속했다. 대회 운영 이익금의 3분의 1도 아니고 마케팅 총수입의 3분의 1이라니 기가 막힌다.

아시안게임 운영비는 5454억원이다. 이중에서 3524억원을 인천시와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나머지 1930억원을 마케팅 수입으로 충당해야하는 구조다. 이러한 이면계약대로라면, 3000억원가량의 마케팅 수입이 생겨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마케팅 수입을 3000억원이나 낼 수 있을까?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같은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남북 동시 개최와 같은 빅 이벤트도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흑자대회는 애초부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설사 마케팅 수입을 3000억원 가량 끌어올린다고 해도 3분의 1, 즉 1000억원가량을 OCA에 배분한다면 적자대회는 보나마나 뻔하다. 권한도 없고 적자대회로 치러질 이 대회를 인천시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9월 2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천시 지방채 발행이 3년 새 74%가 급증해 시민 1인당 져야할 부담이 100만원이 넘어, 전국 최고라고 한다. 부산아시안게임과 비교할 때 인천아시안게임에 국비지원이 불평등하게 적고, 남북 동시 개최도 아닌 아시안게임은 필연코 적자대회가 될 것이기에, 시민 부담만 가중하고 인천시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에 유치권을 반납해야 한다고, 그동안 인천지역 몇몇 시민단체는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예계약 수준의 이면계약이라니. 아무리 안상수 전임 시장이 저지른 일이라 할지라도, 송 시장 또한 적자대회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송 시장은 아시안게임 유치권 반납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즉각 재협상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조직위는 방만한 운영, 인사 전횡, 무능력 등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 조직위의 2011년도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조직위원장의 개인 경비가 총2억여원에 달했으며, 조직위의 부서별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도 지난해보다 50% 증액 편성됐다. 또 조직위 파견보조비로 정규직 150명에게 직급별로 매달 50만~100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184명에게 매달 활동보조비 4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조직위의 대대적인 구조개혁과 책임자 엄중문책을 통해 조직을 쇄신해야하는 것도 송 시장의 몫이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는 불가능하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당장 해법을 내놔야할 것이다.
파산 직전의 인천시가 빚을 내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이면계약과 무능력한 조직위를 시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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