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수 인천의제21 문화분과위원
도가니라는 영화를 보았다. 어린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강렬한 리얼리즘으로 담아내면서 더불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강자들의 카르텔을 속속히 보여줬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현실감에 보는 이들의 감정을 조련사처럼 효과적으로 끌고 가는 연출력이 더해져 관객들이 받는 강렬한 감정적 분출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꽤나 인기를 끌고 있는가보다.

더더욱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그 안에 담고 있는 사회적인 강자들의 파렴치한 협력들이었다. 사학 세력과 검찰, 경찰, 거기에 사법부까지 지역 유지들의 인맥과 서로의 협력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고히 하는 관계들, 거기에 보통 사람들의 미래를 손에 쥐고 취하는 협박까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의 자세와 태도가 너무나도 익숙해져 자신들이 악마라는 것마저 잊고 지내왔을 그들. 이 영화는 그들이 악마임을 영상으로 확연하게 보여줬다.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을 위해 소리치는 사람들을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시민들의 모습이었고, 그것은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죄의식을 불러오기도 했다.

또한, 이런 것들이 과연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바로 우리 주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도 시큰둥하게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는 매우 강렬한 사례를 보여줬지만, 인천의 교육 현실 또한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 없지는 않다.

사실 경쟁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소수의 승리자를 제외한 다수의 학생들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율은 학생들이 그러한 고통에 내몰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래를 저당잡힌 청소년, 그 어떤 즐거운 추억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강제 학습의 현실은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악몽이다.

최근 인천시의회에서 자율학습을 강제로 시키지 말자는 조례마저 논란이 일었다는 것은 이런 학생들의 현실이 얼마나 변하기 어려운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 만족하는 이는 없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잘못됐다고 하고, 교사는 교사대로 불만족 한다. 학생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두를 불만족시키는 이 교육 구조가 변할 기미를 안 보이고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이번 조례와 관련한 반응을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교육현실에 만족하면서 현실을 고수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고도의 경쟁만이 우수한 사람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그들에게는 학교 제도 아래서 고통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뒤떨어지는 아이들은 실패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따른 당연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에게 통제돼야하는 존재이고, 청소년기는 미래의 준비를 위해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할 당연한 고통의 시기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육계의 상층부에 굳건히 카르텔을 형성하며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교육 전문가이며 자신들만이 교육계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들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했으며, 그렇게 스스로를 고립시켜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고로 교육계를 움직여왔다.

우리는 그들의 주장과 행동을 방관하며 지금의 교육 현실을 유지해오기도 했다. 그것은 현실에 적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겪게 될 거란 협박에 무릎 꿇은 결과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이미 통과됐고, 서울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인천에서도 준비되고 있다. 학생도 인간이라는 당연한 주장이 어렵사리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며, 도가니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인권 침해를 극복해보자는 운동이다. 도가니가 보여준 권력자들의 카르텔이 인천에는 없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조례 또한 많은 저항과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처럼 아이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지 않아도, 우리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이 현실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을 이겨내야 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더욱 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에 동참했을 때 가능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까지의 삶과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저질러온 죄를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